문화
"교수 불호령에 선 무대가 8년 역사 악단 만들었죠"
입력 2022-02-07 15:12 
이규서

"형편없네!"
2012년 겨울,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심포니오케스트에게 임헌정 교수가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던진 한마디는 공간의 모든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임 교수는 공연을 20일 앞두고 단체 연습 중단을 선언하고, 일주일 동안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공연을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교수의 매서움에 각자 연습을 이어갔지만, 최종 연습을 앞두고 지휘자 없이 120여명이 합주를 맞추기는 벅찬 상황이었다.
"데드라인이 몇 시간 안 남았는데 지휘자를 찾기가 쉽지가 않으니 말단인 저한테까지 연락이 온 거에요. 그렇게 큰 오케스트라 앞에 서는 건 처음이었지만 교수님 수업에서 농담까지 받아적어놓을 정도로 공부했던 곡이어서 욕심이 나더라고요."
이규서
지휘자 이규서(29)는 당시 1학년 새내기로 선배 연주자들 앞에 섰지만 당당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했어선 안될 무대"라고 혀를 찼다.
임 교수에게 '봐줄만 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결국 공연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그들의 좌충우돌은 2014년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OES)로 이어졌다.
"졸업생끼리 모여서 1년에 한 번이라도 연주하자는 의견이 일치한 거에요. 직장이 아니다보니 멤버 변동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모이고 또 모이면서 악단으로 형태를 잡아갔죠."
이규서는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하며 학기 중에는 대부분 외국에서 생활한다. 몸은 타지에 있지만 OES의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 자격으로 1년에 2차례 정도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서울시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규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슈만의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한다. 슈만의 다난했던 삶을 조명하면서 그가 가졌던 기쁨의 정서를 청중과 함께 나눌 계획이다. 해외에서 연주 활동을 펼치는 첼리스트 이정현과 첼로 협주곡 협연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이 끝난 다음엔 올 여름께 무대를 계획하고 있다.
"그때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고 일상 회복의 기미가 보인다면 슈만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하고 싶어요. 그 곡의 부제가 '봄'이거든요. 8월이 봄은 아니지만, 슈만도 계절적인 의미보다 결혼 후 1년 동안 행복했던 순간을 봄이라며 노래로 만들었던 거죠. 다음 공연에서는 그런 행복한 감정들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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