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월세 4건중 3건은 월세…강남 아파트도 '월세화 가속'
입력 2022-02-07 11:20 

서울 강남에서 전체 임대차 거래의 75%가 월세인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 앞으로 이런 단지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재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의 월세(반전세 포함) 거래건수는 총 56건으로 전체 전월세거래(74건)의 75.6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행복주택이나 국민임대 등 공공임대주택 월세 계약건(63건)은 제외한 숫자다. 만일 이들 계약까지 포함할 경우 월세 비중은 86%로 치솟는다.
월세 가격도 만만찮다. 가장 작은 전용면적 59㎡의 경우 보증금 2억원에 월세 400만원대, 전용 115㎡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70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상아아파트 2차를 재건축해 679가구 규모로 지어진 아파트다. 르엘대치(273가구)와 함께 지난해 6월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입주가 이뤄진 강남구 신축 단지 2곳 중 하나다. 때문에 전세의 월세화 흐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단지로 꼽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등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 일부 집주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반전세나 월세 계약을 택했다"며 "주변 단지 움직임을 봐도 전세의 월세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월세 비중 증가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월세 비중은 40.4%다. 2019년(31.1%), 2020년(31.9%)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수도권이나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월세 비중 급증 현상은 동일하게 관찰된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 단지들의 월세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지난해 1월 입주한 서울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월세 비중은 44.45%, 7월 입주한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44.16%다. 월세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학군과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강남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월세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현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이다. 집주인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해졌고,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인 월세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집주인들은 임대료를 올린다는 내용은 부동산학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내용"라며 "정부가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한꺼번에 올리는 바람에 애꿎은 세입자들만 피해를 보게된 셈"이라고 말했다.
임대차3법 도입도 월세화 움직임에 영향을 끼쳤다. 임대차3법으로 전세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는 7월이면 임대차법 도입 2년을 맞아 기존 갱신계약이 신규계약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월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KB부동산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9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용면적 95.86㎡ 이하 아파트의 월세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다. 해당 지표는 2020년 7월 임대차법 도입 이후 18개월 동안 한달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특히 최근 시작된 금리 상승 움직임은 월세값 오름세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소장은 "금리가 오르면 집주인은 은행 금리 이상을 월세로 받으려하고 세입자는 금융기관에서 목돈을 빌리지 못해 월세 인상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며 "대선 이후 큰 정책변화가 없는한 월세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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