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종기자실록] 집회의 '메카' 세종...시위가 몰리는 이유는?
입력 2022-02-07 10:30  | 수정 2022-02-07 10:40
국토교통부 정문 앞 여러 시위 현수막, 철제 망루의 모습 / 사진 = 안병욱 기자
세종시 집회·시위 3년째 증가 추세
여러 중앙부처, 지리적 위치, 반사효과 영향

#집회·시위의 메카 세종…지난해 1,807건

세종정부청사를 거닐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국토교통부 앞에 있는 약 20m 높이의 철제 망루입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들이 택시발전법 시행 촉구 목적으로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 넘게 지내고 있는 고공농성장입니다.

국토부 앞에는 향내도 나고 곡소리를 녹음한 음악도 나옵니다. 대부분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성토하는 내용입니다. 국토부 뿐만이 아닙니다. 세종정부청사에는 현재 23개 중앙부처와 19개 소속기관이 입주해있다보니 하루에도 몇 개의 집회가 열립니다. 그야말로 집회·시위의 메카,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종북부·세종남부경찰서의 세종시 집회·시위 통계 결과에 따르면(세종정부청사 주변 집회·시위가 대부분), 2019년 733건, 2020년 980건, 2021년 1,807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종에 집회·시위가 몰리는 3가지 이유

그렇다면 세종정부청사에 집회·시위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 첫 번째 이유는 주요 중앙부처가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재정과 예산 집행, 보건과 복지, 교육, 건설, 교통, 농축산, 해양수산, 산업통상 등 국가 중요 기능을 총괄하는 부처가 밀집해 있다보니 이익단체들이 중앙부처를 향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세종시의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세종시는 전국 어디서나 2~3시간 안에 접근이 가능한 광역교통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통팔달의 위치에 있다 보니 각종 이익단체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측면도 있는 겁니다.

세 번째 이유는 반사효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어려워졌고, 원래 집회·시위의 메카였던 광화문의 경우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개선 사업 영향으로 집회 공간이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인원 제한이 덜하고 공간도 넓은 세종으로 몰린 겁니다.

#집회·시위로 속앓이하는 사람들

세종정부청사는 약 3.6km로 건물이 용 모양으로 구불구불 연결되어있습니다. 그 사이에 도로도 있고, 주변에는 시민들이 사는 아파트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정문에서 불과 20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아파트도 있을 정도입니다.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문제, 교통 체증 등으로 공무원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불편과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국회의사당 분원이 오면 집회·시위가 더 늘어날까봐 걱정된다'는 사람들도 있을까요.

집회·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중요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집회 참가자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주민들이 피해를 받아야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집회 참여자들이 신고된 내용대로 위치, 시간, 참석 인원 수, 소음 기준을 지키고 주변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병욱 기자 / obo@mbn.co.kr]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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