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5000만원을 신용대출로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 지난해 공모주 청약 열풍에 가세해 기대감을 안고 크래프톤(공모가 49만8000원)을 적지 않게 공모가로 받았지만 현재 20만원대다.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수혜를 기대하며 20만원 후반에 셀트리온도 대거 사들였지만 현재 15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A씨는 "이자비용을 벌기는 커녕 원금도 손실"이라며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이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이자부담이 늘 것을 생각하면 두통이 몰려온다. 퇴직금까지 털어 집값에 보탰는데, 이자부담이 상당해서다. B씨는 은행과 카드사, 그리고 지인까지 동원해 수억원을 대출해 영끌을 했다. B씨는 15년 후 은퇴인데 집을 팔지 않는 이상 빚을 갚을 자신이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빚을 끌어 모아 투자했거나 집을 산 빚투족, 영끌족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자부담 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4개월 연속 3%대 물가 오름세나 금융불균형 문제를 한은이 직면하고 있는 만큼 연내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의 연 1.25% 수준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 70% 이상 변동금리 대출…지난해 12월은 80%
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은 70%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은 공식 집계로 우리나라 가계의 빚 규모는 1845조원으로 통계 발표 때마다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중 가장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지는데 주담대의 7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내려간 후 현재의 연 1.25%까지 올랐을 때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총 9조6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1인당 연간 이자부담 규모로 환산하면 금리 상승 전(연 0.5%) 289만6000원에서 인상(연 1.25%) 후 338만원으로 48만4000원 오른다. 이는 모든 차주가 동일한 비율로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로 산출한 것이다.
[자료 제공 = 한국은행]
우리나라 가계가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많은 가운데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7개월째 오름세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달 28일 한은이 발표한 '2021년 12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12월중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3.66%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올라 7개월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8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1월 대비로는 가계대출 금리가 0.83%포인트 오른 것이다.가계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 금리는 연 3.63%로 전월에 견줘 0.12%포인트 올라 7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2014년 5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2월중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취급 비중은 17.9%로 변동금리 대출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만약 주담대 3억원을 이 금리(연 3.63%)로 30년 동안 원리금균등상환으로 갚는다면 매월 136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변동금리 주담대 최저 금리는 연 3.71%, 최고 금리는 연 5.21% 수준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자 소득 통계를 보면 대기업 근로자는 월평균 515만원, 중소기업 근로자는 245만원을 벌었다. 이같은 통계로 볼 때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월급의 절반 이상을 빚을 갚는데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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