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핵심 자회사 상장 추진시 모회사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최근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철회키로 한 현대건설 주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건설은 3일 전 거래일(1월28일)에 비해 1.78% 하락한 4만1450원에 마감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장내 붕괴사고 등으로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데다 최근 증시가 부진하자 상장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모회사인 현대건설 주가흐름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8일 현대건설 주가는 9.61% 급등했다. 자회사 상장철회를 모회사의 호재로 받아들인 셈이다.
앞서 자회사 상장 추진이 여의치 않자 모회사 주가가 오른 대표적 사례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을 분할한 자회사(SK온)를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이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2월 한달간 배터리셀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LG화학과 삼성SDI는 각 11%, 5% 가량 하락했으나 SK이노베이션은 23% 급등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사의 물적분할 관련 제도개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도개선시 모회사가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증시와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 받는 이유가 상장사가 최대주주 또는 주요 주주의 이익을 위해 분할 등 기업구조개편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분할 자체보다는 분할 이후 회사가 선택하는 전략 또는 방향에 따라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의 간극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주인수권 부여, 공모주 우선배정, 주식매수청구권 부여와 함께 주주평등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 향후 법, 시행령, 규정 개정이 이뤄지게 되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배터리사업 자회사 SK온에 대한 신주인수권과 청약우선권이 부여된다면 SK온 지분가치가 2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지주사의 경우 사업 자회사의 지분가치를 보통 30~40% 수준으로 할인해 적용하는데 신주인수권 또는 청약 우선권 부여시 SK이노베이션 주주가 자회사 SK온에 대한 권리가 생겨 자회사 가치를 80% 가량으로 높게 적용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제도개선 성공시 배터리 자회사 할인율 축소로 (SK이노베이션) 주가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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