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가 1일(현지시간) 이집트와 2조원대 규모의 K9자주포 수출 계약을 마무리짓고 K-방산 역사를 또다시 새로썼다. 한국 방위산업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때 4조원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궁-II) 수출계약에 이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이날 방위사업청은 "한화디펜스가 양국 주요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집트 국방부와 K9자주포 수출계약 체결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강은호 방사청장과 아흐메드 칼리드 이집트 국방부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양국 간 국방연구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에도 서명했다.
이번 계약은 아시아·유럽·오세아니아에 이어 아프리카 지역 최초이자 K9자주포 관련 역대 최대 규모 수출이다. 이로 인해 이집트는 한국을 포함해 K9자주포를 운용하는 세계 9번째 국가가 됐다.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K9자주포는 대화력전에 적합한 긴 사거리와 실시간 신속한 집중화력을 제공하기 위한 빠른 발사속도 등을 갖췄다. 급속 발사시 15초 이내에 포탄 3발을 발사할 수 있으며, 분당 6~8발 사격이 가능하다. 1000마력의 디젤엔진을 탑재해 뛰어난 기동력으로 다양한 환경과 지형에서의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앞서 K9자주포는 국산 무기체계 최초로 해외 수출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낸 바 있다. 한화디펜스는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2014년) △핀란드·인도·노르웨이(2017년) △에스토니아(2018년) △호주(2021년)에 K9자주포를 수출했다.
이번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계약은 그 동안 방산업체와 정부 유관부처와의 협업으로 추진됐다. 특히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공식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 간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막바지 협상 타결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한화디펜스와 정부는 지난달 문 대통령의 이집트 순방 기간 중 수출계약을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K9자주포의 이집트 수출계약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공식 회담 중에 방위사업청장 및 이집트 방산물자부장관과 함께 K9 자주포 도입과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했고, 최종 타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화디펜스와 정부 대표단 중 일부가 문 대통령 귀국 후에도 남아서 협상을 이어간 결과 한국측에서 추가 양보없이 제시한 최종안을 이집트측이 수용해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수출계약을 위해 이집트 국방부와 10년 넘게 밀고 당기며 협상을 벌였다. 정부 차원에서도 다각도에서 '지원사격'을 통해 계약 체결을 뒷받침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컨트롤타워로 해서 범정부 협업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 노력을 기울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작년 8월 이집트에 방문해 엘시시 대통령을 예방하고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집트 육군 관계자가 K9 사격시범을 참관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에는 운영·정비부대 방문 등을 추진했다. 현지 한국대사관도 이집트 핵심인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관련 동향 파악을 파악하고 고위인사 교류, 협상 진행을 지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강은호 방사청장은 지난해부터 다섯 차례나 이집트를 방문해 엘시시 대통령과 현지 국방장관 등을 만나 한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강 청장은 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 기간 중 지속됐던 막판 협상에도 직접 참여했다.
강 청장은 현지에서 "K9 자주포는 무기체계 자체의 우수성이 월등하며 가격 대비 성능에서는 최고 수준의 무기체계"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더불어 단순히 무기체계를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서서 기술협력, 현지화 생산 협력 및 범정부적 협력까지 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룬 성과"라며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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