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 2배 올랐는데 보유세는 7배 뛰었다"…집값 상승+현실화율 제고 여파
입력 2022-02-01 16:42  | 수정 2022-02-01 17:38
중부세, 양도세, 재건축까지 막아선 정부정책에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반포한강공원에 얼어붙은 고드름 뒤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마치 현 부동산 상황을 보여주는듯하다. [매경DB]

최근 4년 동안 서울 주요 지역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월 발표될 아파트 공시가격도 지난해보다 크게 오르면서 4년 전보다 2배 이상 상승한 곳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인상에 종합부동산세 등 세율까지 함께 올리면서 중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형평성·균형성 제고라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실행 취지에도 1주택자까지 보유세 상승폭이 가팔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일 주택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자 기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2018년 대비 초고가가 아닌 상당수 중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 2019년도 공시가격부터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낮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끌어올린 영향이다. 급격한 상향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했는데 집값 상승률보다 공시가격 상승폭이 훨씬 커지는 현상이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마포구 연남동의 한 단독주택은 2018년 공시가격이 5억2300만원에서 올해 14억3500만원으로 174.4% 상승했다. 현실화율 제고로 4년 동안 공시가격이 3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인근의 또 다른 단독주택도 공시가격이 2018년 10억9000만원에서 올해 29억4000만원으로 170% 올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의 단독주택 역시 올해 공시가격이 12억5500만원으로 2018년(4억9300만원) 대비 154.6% 뛰었다. 성수동은 재개발 사업 구역이 많은 지역으로, 개발 기대감이 공시가격에 반영됐다.
강남도 2배 이상 오른 곳이 속출했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다가구는 같은 기간 공시가격이 115.7%(11억4000만원→24억5900만원)으로 2배 넘게 올랐고, 서초구 방배동 단독주택의 공시가격(10억4000만원→21억4300만원) 상승률 역시 2배(106%)를 넘었다.
공시가격이 2배 이상 뛴 지역은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외에도 적지 않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방침에 따라 초기에는 고가주택 또는 상권 형성 등 개발재료가 있는 곳부터 공시가격을 끌어올렸지만, '공시가격 로드맵'이 수립된 2020년 이후에는 시세의 90%까지 올려야 하는 현실화율 목표치 때문에 중저가 주택도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은 11억5100만원으로 2018년(5억6400만원)의 2배(104%)가 됐다. 관악구 봉천동의 한 다가구는 올해 공시가격이 11억4000만원으로 2018년(5억7500만원) 대비 뜀폭이 2배에 육박(98.3%)했다.
반면, 저가주택 중에서는 공시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았다. 성동구 사근동의 한 단독주택은 2018년 공시가격이 4억1500만원, 올해 4억5900만원으로 1%가량 올랐고 중랑구 묵동의 한 단독주택은 2018년 2억4900만원에서 올해 3억1500만원으로 2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세 상승 큰 아파트도 올해 2배 넘는 곳 늘듯


서울 강남구 강남세무서 민원상담실에서 한 민원인이 세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매경DB]
오는 3월에 공개될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는 2018년 이전에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단독주택보다 높았다. 하지만, 단독보다 시세 상승률이 높아 4년 전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 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22억4500만원으로 2018년 대비 상승률이 112%에 이른다.
비강남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성동구 왕십리 텐즈힐 전용 84.92㎡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1억5520만원으로, 2018년(6억2천400만원) 대비 85.1% 상승했다. 이 단지의 작년 10~11월 실거래가격은 17억원 내외로 정부 공시가격 로드맵상 올해 목표 현실화율(81.2%)을 곱하면 올해 예상 공시가격은 약 13억8000만원(120%↑)으로 예상된다.
비강남권의 소형 아파트도 누적 상승률이 작지 않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 60㎡는 2018년 2억7800만원에서 작년 5억100만원으로 80.2% 올랐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 1차 전용 72.5㎡는 같은 기간 82.2%(3억8100만원→6억9400만원) 상승했다. 이들 단지는 올해 시세상승분을 감안하면 공시가격이 2배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인하 혜택을 못 받는 대상은 보유세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1주택자라도 보유세 인상폭이 공시가격 상승폭을 넘어서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2018년 공시가격이 8억2800만원에서 올해 15억3500만원으로 82% 상승했다. 이에 비해 보유세는 같은 기간 232만원에서 716만원으로 3배(208.6%)나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가주택의 보유세 증가폭은 훨씬 더 크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단독주택은 2018년 공시가격이 9억5900만원에서 올해 19억4000만원으로 2배(102%) 올랐는데 보유세 인상폭은 296만원에서 올해 1254만원으로 4배(323.6%)가 넘는다.
현실화율 로드맵 적용 등으로 공시가격이 뛰면 일반인의 보유세·건강보험료 부담 등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및 세무업계가 보유세 정상화 차원에서 공시가격을 손볼지, 종부세율을 손댈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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