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00원 팔아 500원 남겼다"…마진율 상상초월 반도체 업계는 딴 세상
입력 2022-01-31 17:28 
삼성전자 반도체 시안공장 모습.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발표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어떨지 관심이 집중된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이다. 얼마를 팔아 얼마를 벌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쉽게 말해 '마진율'이라 생각하면 된다.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건 순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일반 제조사 10%만 넘어도 대박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기업은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한다. 특히 마케팅 비용에 많은 금액을 쏟아넣는 제조사나 유통업체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5% 안팎이 일반적이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종종 있다. LG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해 1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고, 오리온은 식품 업계임에도 불구하고 1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영업활동 비용이 발생하는 가전과 식품 산업에선 말이 안 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제조업체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애플의 경우 통상 20~3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8%였다.
하지만 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50%대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회사들도 있다. 반도체 업체다. 국내외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평균 3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다 호황일 땐 50%까지 치솟는다. 이는 고부가가치라는 반도체 산업 특성 때문이다. 스마트폰, 가전에 비해 마케팅 비용도 절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한몫한다.
◆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영업이익률 50%

ASML EUV 노광장비. [사진 = ASML]
반도체 '슈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대표적이다. ASML은 전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납품 업체 구조상 '을'에 위치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과 한정적인 생산대수로 삼성전자와 TSMC 마저 쥐락펴락하는 슈퍼을로 통한다.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ASML은 지난해 매출 186억유로(약 25조원), 영업이익 98억유로(약 13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1%, 영업이익은 44%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52%에 달한다.
높은 수익성 비결은 EUV 장비 때문이다. 1대당 2000억원에 달하지만 첨단 공정에서 필수 제품으로 꼽혀 수요공급 불균형이다. 활용 범위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메모리로 넓어져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ASML은 총 42대의 EUV 장비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에 공급했다. 대만이 EUV 장비를 포함한 전체 ASML 노광 장비 중 44%를 가져갔고, 한국은 35%를 차지했다. 중국(16%)과 미국, 일본이 뒤를 이었다.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 간 EUV 장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ASML은 이를 통해 추가 마케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장비를 단독 공급한 결과가 이 같은 영업이익률로 나타난 셈이다.
◆ TSMC 삼성전자 30%대…호황 때는 50% 찍기도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 출처 = TSMC]
파운드리 업계 절대적인 1위 대만의 TSMC는 지난해 매출 1조5874억대만달러(약 69조원), 영업이익 6450억대만달러(약 28조원)를 기록, 영업이익률은 41%를 나타냈다. TSMC는 12인치 첨단공정 매출에 힘입어 지난 3년간 30~4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2019년과 2020년에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각각 35%와 42%였다.
ASML과 TSM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양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31%, 29%다. 두 회사는 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 시절에는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기이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52%, SK하이닉스는 5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단순히 1000원을 팔아 500원을 남긴 셈이다.
반면 인텔은 지난해 비교적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인텔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0억2400만달러, 194억5600만달러로 영업이익률 25%에 그쳤다. 인텔은 지난해 매출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에 3년 만에 따라잡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을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144.60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823억달러로 인텔을 30억달러 앞섰다.
한편 국내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현대자동차가 5.7%(2021년 기준), LG전자 5.2%(2021년 기준), SK텔레콤 7.2%(2020년 기준), 롯데케미칼 2.9%(2020년 기준), 네이버 22.9%(2020년 기준) 등이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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