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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를 위해” 박민호가 말하는 미안함, 그리고 꾸준함 [안준철의 휴먼터치]
입력 2022-01-31 06:02 
SSG랜더스 박민호가 2022시즌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정말 미안했죠. 야구가 너무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박민호(30·SSG랜더스)는 아직 2021년 10월 30일에 살고 있었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힘든 기억. 그 기억을 다시 끄집어 냈다.
하필, 제가 또 홈런을 맞지 않았습니까.”
SSG는 당시 ‘가을야구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인천 홈에서 열린 kt위즈와의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했다. 물론 kt도 마찬가지였다. SSG를 이기고, 당시 창원에서 NC다이노스와 경기를 하는 삼성 라이온즈가 져야 타이브레이크(1위 결정전)이 성사되는 상황이었다.
이 경기에서 박민호는 팀의 5번째 투수로 5회초에 올라왔다. 2-5로 뒤진 상황. 1사 1루였다. 유한준에게 우전안타를 내줬고, 1, 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제라드 호잉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사실상 이날 경기 승부가 결정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3-8로 SSG의 패배.
이 경기 승리로 kt는 정규시즌 우승 향방을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재패했다.

SSG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정규시즌 6위가 최종성적이 됐다.
보통 일을 하다보면 그냥 미워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가 야구한 뒤로 처음으로 싫어지더라고요. 그리고 동료들, 팬분들께도 미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물론 2022년 1월 26일로 돌아온 박민호의 표정은 밝아졌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박민호는 (김)강민 선배와 (추)신수 선배가 잘 잡아주셨다. 강민 선배가 ‘쓰잘데기 없는 생각 하지 말아라. 미안하면 할수록 더 운동하고, 더 준비해라. 잘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민호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한마디였다. 그날 이후 비시즌 박민호는 다시 공을 잡았다. 인천과 퓨처스팀이 있는 강화를 오가며 몸을 만들었다. 피칭도 두어차례 했고, 하프피칭을 하는데 ‘어 공이 좋은데라는 느낌이 들었죠.” 특유의 웃는 표정이 나왔다.
2021년은 박민호에게 여러모로 전환점이 된 한 해였다. 2018시즌 막판 상무에서 전역해 팀에서 복귀한 뒤로 불펜진의 마당쇠로 역할이 커져왔던 박민호였지만, 난생 처음 수술대에 올랐다. 손목 수술을 받고 재활로 2021시즌 시작이 늦었다.
수술을 받고, 재활을 마치고 공을 던지는데, 공이 안가더라고요. 수술 후 손목 상태는 좋아졌는데, 다른 곳 근육이 다 사라지고, 살만 찐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사이드암 투수인데, 옆구리에 살이 붙어서, 구위가 떨어졌다는 걸 알겠더군요.”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크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고 시즌을 시작한 건 처음이었는데, 캠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수비훈련, 러닝 이런 기본적인 것들 말입니다. 시즌 중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22시즌에는 더 잘 하겠습니다. 지난 시즌 그 경기(kt전) 홈런에 대한 분함 때문은 아닙니다. 팀과 팬분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잘하고 싶습니다.” 방금 전까지 웃으면서 초승달 같아졌던 두 눈이 반짝였다.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한 박민호. 2021시즌 중 내야수 최주환과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 사진=김영구 기자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한 선수라는 건 유명하다. 인천 프라이드라고 해야 할까요?” 초·중·고는 물론 대학(인하대)까지 인천에서 나온 인천 토박이다. 그만큼 팀에 대한 애정, 인천 야구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은 이가 박민호다. 저도 (문)승원이 형, (한)유섬이 형, (박)종훈이처럼 FA(프리에이전트) 대신 장기계약을 하고 싶어요.” 껄껄 웃는다. 물론 농담은 아니다. 팀에 대해서는 진심인 박민호다.
2022년 SSG가 잘 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자신이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박민호의 주장이다. 작년에도 선발 5명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일을 겪으면서, 팀이 잘 버텼다는 생각입니다.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을거라 봅니다. 역시 선발투수들이 잘해줘야 합니다.” 뭔가 선수가 하는 얘기같지 않은 거시적인 대화로 흘러갔다.
그런데 여기서 박민호는 ‘마당쇠론을 다시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도 제가 팀적인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너나 잘하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저는 항상 팀이 보이는데,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팀에 애정이 있다는 건데…저도 선발투수를 하고 싶은 적이 있지만, 투수들이 다 1선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무리 투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같은 선수도 있어야 팀이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박민호는 50경기 등판이라는 목표를 언급했다. 물론 50경기는 박민호가 매시즌 해왔던 기록들이다. 바로 요지는 ‘꾸준함이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팀이 바라는 역할을 제가 한다면 팀 성적은 나겠죠. 저는 항상 매 시즌 50경기 이상 마운드에 나설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럴려면 실력도 꾸준해야겠죠.”
몸 상태가 좋다는 얘기도 다시 한 번 나왔다. 현재는 캠프 갈 준비가 잘 된 몸상태입니다. 나머지는 제주 서귀포 캠프에 가서 만들 부분이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캠프에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중요하다고 알았는데, 운동 잘하고, 잘 쉬는 것부터 캠프에서 해야 합니다. 기본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제가 던지고도 ‘너무 좋은데라는 느낌이지만, 가서 더 잘해야 합니다.” 자신감이 넘쳤다.
다시 한번 미안함을 끄집어 내는 박민호였다. 작년에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길은 제가 잘 하는 겁니다.” SSG를 위해서, 박민호가 먹은 마음이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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