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우타르프라데시에 거주하는 한 노인은 작년 11월 손녀와 함께 평범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집안으로 들어온 소한테 짓밝히고 뽈에 찔리는 공격을 받았다. 치명상을 입은 노인은 결곡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어린 손녀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최근 인도에서 주인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떠돌이 소'의 공격으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를 숭배하는 힌두교도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인도 길거리에서 소는 자동차 이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인도 여당이 우세 지역에서 소 도축 금지령을 내리면서 유기된 소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힌두교도들은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다만, 젖소나 농사용 소가 나이가 들면 도축장으로 보낸다.
그런데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한 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힌두교도들이 대대적인 소 도살 금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소 도살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와 그를 지지하는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주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우타르프라데시를 포함해 총 18곳이다.
소 도축을 금지하는 지역의 농민들은 나이 든 소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장에 내다 팔수도 그렇다고 먹지도 못하니 결국 길에 유기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소 도축이 불법인 일부 지역에서 버려진 소들이 굶주린 채 마을을 배회하다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해 11월 노인을 공격해 숨지게 한 암소는 수많은 유기 소 중 한마리에 불과하다.
우타프라데시주 한 주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들판을 지나다가 버려진 소 떼의 공격을 받았다. 두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고, 나는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면서 "떠돌이 소가 농작물을 파괴하고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두려워했다.
그는 이어 "나도 소가 신성하다고 믿는 힌두교도지만, 소를 모두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의 명령에 좌절했다"며 "누군가는 방황하는 소 때문에 부모를 잃은 고아까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기 소의 '묻지마 공격' 현상은 다음달 있을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여당인 인도국민당은 여전히 '소를 죽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 공격에 사망사고가 늘어난데 대해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떠돌이 소 등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면서도 "관리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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