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5000억원 매도에 코스피 3% 급락'
25일 국내 증시의 모습은 취약한 한국 증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3~5%의 하락폭을 모두 만회한 미국증시와 같은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었고, 1~2%대로 하락한 일본·중국 등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서 국내 증시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발 글로벌 긴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 대외요인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 내부상황이 유사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같다고 봤을때 유독 국내 증시가 부진한데는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서면서 금리인상, 경기둔화 우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담, 한국 교역조건지수 악화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등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 경기둔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은 (국내) 주식시장 내부적인 변수인 점에서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의 추정치를 밑돌며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이때문에 현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데는 현재 국내 증시의 수급여건이 사실상 공백상태라는 점도 꼽힌다.
외국인과 함께 증시의 주요 수급주체인 기관투자자가 LG에너지솔루션 상장(1월27일)을 앞두고 관망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도 이를 받아주는 주체가 없어 지수 하락폭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수방어를 위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연기금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하루(1월12일)를 제외하고 연일 순매도하고 있다. 현·선물 차익거래를 하는 금융투자(증권사)의 매수물량을 제외하고 의미 있는 수준으로 매수하는 기관투자자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대체로 전망하는 국내 지수 저점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인 1월말에서 2월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대형 공모주 상장 후 7~9일정도 후에 코스피는 저점을 형성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리스크는 상장 전후 바로 해소되기보다는 2월초부터 둘째주 정도부터 완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조원대의 공모대금이 몰린 대어급 공모주 상장시 해당월의 코스피 지수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삼성생명 상장(2010년5월)시 코스피가 6% 하락했고,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2014년11월·12월)시 3%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상장(2016년11월)시는 1% 내렸고,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이 상장(2021년8월)했던 당시는 0%대로 하락했다.
또한 주가 급락시 매수하는 패턴을 보였던 개인투자자의 체력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주로 이용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13일 이후 한달여만인 지난 21일 기준 22조9474억원으로 23조원을 밑돌았다. 역시 개인이 주로 이용하는 미수금에서 반대매매에 해당하는 비중도 지난 19일 기준 8.9%에 달하며 지난해 10월7일(9.5%)이후 3개월여만에 10%에 육박하고 있다. 즉 미수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반대매매를 당할 정도로 매수 여력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증시 수급여건이 취약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는 여전해 역시 하락을 부추키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공매도 현황파악이 가능한 가장 최근일인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잔고수량은 2억8066만여주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30일) 2억4811만여주로 13% 가량 늘었다. 지난해 12월에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 물량으로 공매도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이달 들어 하락장에 공매도가 다시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증시의 활력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이 바닥수준이다. 24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9조3045억원으로 지난달초부터 10조원 전후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1월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이 44조원에 달하기도 하고 평균적으로 20조원을 넘은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개인의 연말 대주주 회피성 물량 매도 이후 10조원을 웃도는가 싶었던 거래대금은 LG에너지솔루션 환불금 입금날(1월21일) 이후에도 여전히 늘어나지 않고 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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