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옷 벗겨 문신 검사·단체 알몸 사진"…36세 노동자가 남긴 유서
입력 2022-01-25 10:02  | 수정 2022-04-25 10:05
3년 전 극단적 선택한 노동자 유서 공개
직장 내 성추행·괴롭힘 구체적으로 드러나

국내 한 중견 철강회사에서 근무하다 3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36세 노동자의 유서와 25분 분량의 영상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어제(2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직원이었던 A 씨는 2018년 11월 25일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 세워진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12년 4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A 씨는 정규직이 된 이후 승진까지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가량의 영상과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가 있었습니다. 유서에는 상사로부터 당했던 성추행과 괴롭힘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입사 두 달 후인 2012년 6월 세아베스틸 군산 공장 제강팀 동료들의 야유회 사진에는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남성 9명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중 2명만 옷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는 알몸 상태로 가랑이만 가리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이 사진에 대해 "(옷을 입고 있던 남성 중 한 명인) B 씨가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진"이라며 "회사 PC에 더 있을 테니 낱낱이 조사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입사 직후부터 B 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폭로했습니다.

A 씨는 "B 씨가 입사한 달에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이야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이 아프다"고 유서에 적었습니다. 또 "2016년 12월 10일 16시 30분쯤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 40분쯤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 등 구체적인 기록도 있었습니다. 이어 A 씨는 "그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다"고 했습니다.

A 씨가 2014년 뇌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종양'으로 수술을 받을 때도 B 씨가 면박을 줬다고 합니다. A 씨는 유서에 "고함치듯 소리가 들려온다. 너 뇌종양이야?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왜 그렇게 여러 사람 있는 데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하고, 위로는 못 할망정 상처를 주는지"라고 썼습니다.


A 씨는 가족들에게 구체적 정황은 말하지 않고 "너무 힘들다. 나를 욕하고 괴롭힌다" 정도만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야유회 사진 속 옷을 입고 있는 나머지 한 명인 C 씨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C 씨에 대해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말라"라고 적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월 A 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족은 B 씨와 C 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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