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식품·주류업계가 올해도 이색 마케팅을 이어간다. 호기심 많은 2030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의 일환인데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다양한 수제맥주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80 치약' 등 토탈 오럴케어 브랜드 상품으로 유명한 애경산업은 수제맥주 브랜드 '스퀴즈 브루어리'와 손잡고 최근 '2080 맥주'를 출시했다. 자사 치약 특유의 개운하고 시원한 이미지를 수제맥주와 결합한 것이다.
이번 컬래버레이션(협업) 프로젝트는 2080에서 진행하는 '2080 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 첫 번째 제품이다. 브랜드 관계자는 '2080은 쿨하다'는 메시지를 MZ세대 소비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또 수제맥주 최초로 연예인과 협업한 상품을 선보였다. 가수 윤민수의 캐리커처와 서명을 라벨 디자인에 적용해 이달 18일 출시한 '오열맥주'가 그 제품이다.
세븐일레븐은 가수 특유의 애절한 발라드 감성을 맥주에 담아내면서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맥주는 최근 젊은 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골든에일 타입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이색 상품을 출시하는 건 소비활동에서 심리적 만족과 재미를 좇는 2030 소비자를 목표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선보인 곰표 밀맥주의 흥행이 이색 마케팅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세븐일레븐]
CU는 지난 2020년 곰표 밀맥주를 출시한 뒤 약 1년 만인 2021년 6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600만개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수제 맥주가 국내외 맥주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곰표맥주 누적 판매량은 2500만개로 집계됐다.한때 품귀 현상을 일으킨 이색 마케팅 '대박'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홈술·혼술 문화까지 확산하자 유통업계는 전례 없는 이색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했다. 밀가루에 이어 라면과 구두약, 껌과 주스, 치킨과 골뱅이 등 다양한 협업 상품이 등장했다.
또 최근에는 2030 소비자 외에 중장년층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협업 상품도 출시됐다. 수제맥주 제조사 와이브루어리는 최근 롯데푸드와 손잡고 수제맥주 '아맛나 맥주'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1972년 출시된 뒤 50년 가까이 소비자에게 사랑받은 아이스크림 디자인을 외관에 적용한 맥주다. '아맛나맥주'를 단독 출시한 편의점 미니스톱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빠질 수 없는 주력 상품군으로 성장하고 있는 수제맥주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색 마케팅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협업에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한 중소 브루어리 관계자는 "정말 이색적인 상품, 소비자에게 눈길을 끌만 한 상품을 내놓는 게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출시한 사례도 있었다"라며 "한차례 매출 부진을 겪은 뒤 회사가 좀 신중해졌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이 지나치게 많이 출시되면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한동안은 이런 마케팅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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