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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청약 전쟁'에 대규모 환불 불가피…증거금 어디로 갈까
입력 2022-01-20 16:34  | 수정 2022-01-20 17:00
1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사상 최초로 '증거금 100조원' 시대를 열면서 환불되는 증거금 규모도 역대급을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환불자금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오는 21일 청약 자금 환불 절차를 진행한다.
LG엔솔은 전날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결과 증거금 총 114조1066억원을 모집했다.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직전 최고기록이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증거금 81조원을 크게 웃돈다. 이중 실제로 개인 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주식수는 총 1097만482주, 금액으로는 3조2911억원 규모다. 청약증거금 114조1066억원 중 110조8154억원이 내일 오전 중으로 풀리게 되는 것이다.
균등 배정을 노리고 청약을 한 개인 투자자가 최소 증거금으로 150만원을 냈다면 이 중 공모가(30만원)을 제외한 120만원을 환불받게 된다. 비례 배정을 노린 청약자도 1억원의 증거금으로 5주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환불금만 1인당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청약을 넣은 투자자가 440만명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규모의 증거금 환불이 불가피하다.
LG엔솔은 18~19일 이틀 간 KB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를 통해 청약을 받았다.
상장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의 청약 경쟁률은 67.36대 1로 집계됐다.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경쟁률은 각각 65.35, 64.58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경쟁률 211.23대 1로 7개 증권사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그 외 하나금융투자(73.72대 1), 신영증권(66.08대 1), 하이투자증권(66.06대 1) 순이었다.
청약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균등 배정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는 겨우 1주 정도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당 가장 많은 주를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대신증권(1.75주)이다. 하이투자증권(1.68주)과 신영증권(1.58주), 신한금융투자(1.38주), KB증권(1.18주), 하나금융투자(1.12주) 순이다.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미래에셋증권은 그마저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의 예상 균등배정 물량은 0.27주로 10명 중 7명은 1주도 받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LG엔솔의 주식 배정 후 환불된 자금이 어디로 향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약 자금이 환불되는 오는 21일까지 단기자금시장 내 경계감이 지속될 전망이다.
일단은 청약 열기가 뜨거워 예상보다 배정 물량이 적었던 LG엔솔을 매수하는 데 투자자들의 자금이 쓰일 수 있다. 상장 후 유동비율이 10% 내외로 적어 '품절주'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혹은 대규모 환불금이 국내 증시의 다른 종목 투자에 쓰일 수도 있다. 지난해 초대형 IPO에 해당하는 SK하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의 상장 직후 코스피 개인 순매수대금은 크게 증가했다. 상장 당일 청약일부터 환불일까지 묶여 있던 증거금 물량이 출회되는 동시에 물량을 받지 못한 개인들의 수요가 집중되며 거래량이 증가한 것이다.
다른 공모주 투자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3~4일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주 청약이 있고, SSG닷컴, 마켓컬리, CJ올리브영, 오아시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줄줄이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IPO 당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증거금 환불 이후로 청약 일정을 잡아 '머니 무브'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도 나왔다.
LG엔솔의 대규모 환불금이 주식시장에서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의 긴축정책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겹쳐 부동산·주식시장의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LG엔솔의 상장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도 대규모 상장을 전후로 수급 변동성이 확대된 사례가 있다"면서도 "상장 이후 신주로의 수급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증시 전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이슈로 증시 방향성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요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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