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발목 낚싯줄로 휘감아 챈 듯"…낙마장면 문제 제기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부자연스러운 낙마 장면을 이유로 동물학대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19일 동물자유연대(이하 연대)는 페이스북에 '드라마 촬영을 위해 강제로 넘어지고 쓰러지는 말, 그들의 안전과 복지가 위태롭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올렸습니다.
연대 측은 "해당 방송에서 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장면이 방송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7화로, 주인공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가던 중 낙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몸이 90도로 들린 말은 앞발이 쭉 펴진 채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집니다. 연대는 이 장면에 대해 "말의 발목을 낚싯줄로 휘감아 채는 등의 방법으로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연대는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안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특히 사극에는 말이 자주 등장해 넘어지거나 쓰러진다"며 "이 과정에서 말이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를 이용해 실제 동물을 대체할 수 있음에도, 많은 방송에서는 여전히 실제 동물을 이용해 촬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대는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윤리 강령을 살펴본 결과, 동물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었다"며 "자연이나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주의해야 할 일반적인 사항에 관련된 규정만 있을 뿐이라 촬영 시 동물 안전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에서 여전히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방송 촬영 과정에서 동물 안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공영방송 KBS의 시대 역행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디어에서 동물을 다룰 때는 그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연대 측은 KBS 홈페이지에 '이방원 7화 이성계 낙마씬 말 살아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시청자 청원글 주소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글을 쓴 시청자 A 씨는 "낙마 장면에서 말 목이 땅에 그대로 꽂혔다. 바로 즉사했을지도 모른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여기 나오는 말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 한겨울에 물 뿌리고 비 맞고,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 집중 취재하면 좋겠다"며 "방송국 측은 7화 낙마 장면 촬영한 말이 살아있는지 정확한 답변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KBS 측은 "해당 논란을 접하고 현재 제작진에 전달해 확인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