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은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연이어 올렸다. 삼성전자 목표가는 대부분 10만원이 넘고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도 16만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주춤했던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올해는 상승세를 타면서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는 것이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외 산업·경제연구소가 전망하는 반도체 수요는 장밋빛 일색이다.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D램 시장이 작년보다 0.8%, 낸드플래시는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서버 수요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빅테크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의 데이터센터는 2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스마트폰과 PC, 차세대 가전 시장 전망도 반도체 경기에 긍정적이다. 올해 스마트폰과 PC 출하량이 증가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여전히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있지만 아직 주가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물론 중·장기적으론 다를 수 있다. 각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과 기술 트렌드 변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낙관론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좀처럼 8만원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SK하이닉스는 12만원대를 맴돈다. 이유는 뭘까.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수급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등 각국의 긴축으로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수급 측면에서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곳은 기관이다. 금융투자회사와 연기금은 올해 들어 국내 반도체 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 돌발 변수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중국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시안을 봉쇄한 이벤트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ASML 공장 화재도 단기 악재로 볼 수 있다. 미국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도 반도체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증권사의 반도체 낙관론이 적중하려면 3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 공장 화재나 시안 봉쇄 같은 단기 이벤트는 시간이 흐르면 해소되겠지만 변동성이 커진 세계 경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블랙 스완(돌발 악재)'이 출몰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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