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강추위에 떨다 쓰러진 노인을 위해 자신의 겉옷을 벗어준 여경의 미담을 놓고 일부 네티즌들이 주작(스스로 조작) 의혹을 제기해 해당 게시물이 삭제됐다. 이에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시민은 "주작이 아니다"라면서 '연출 의혹'을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부산경찰서 공식 페이스북 '부산경찰'은 지난 15일 금정경찰서 '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올라왔던 미담을 공개하며 사진 한 장을 올리며 미담을 소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길바닥에 노인이 쓰러져있고 여경이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덮어주며 구조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부산경찰은 "지난 15일 금정경찰서 게시판에는 강추위에 떨며 쓰러진 노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점퍼를 벗어준 A 경찰관을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부산경찰은 "A순경은 신임 경찰로 약자를 우선 보호하고 법을 수호하겠다던 초심을 늘 마음에 새기며 범어지구대 관내를 따스하게 지키고 있다"며 "어르신은 119구조대원의 응급조치를 받은 후 건강 상태에 큰 문제 없이 무사히 귀가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네티즌들은 "주작같다", "두 명 출동했을 텐데 왜 여경 한 명만 보이냐", "홍보용이네. 여경 이미지 세탁하려고 별짓 다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일 부산경찰 페이스북에선 해당 게시글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부산경찰은 JTBC에 "여성 경찰관의 미담을 공식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는데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비난이 확산됐다"며 "좋은 마음으로 미담을 전해준 제보자도 의도와 다른 이야기가 퍼지는 것을 우려해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작이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 때문에 삭제 조치한 것은 아니다"라며 "성별에 관계없이 현장에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경찰관들의 노고를 알리기 위해 올렸던 것"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는 시민도 등장했다. 목격자 50대 남성 이모씨는 19일 MBN과의 통화에서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노인 한 분이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져 눈 밑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며 "제가 112를 불렀는데 (현장에) 도착한 사람이 여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현장을 목격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통화내역과 현장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경찰관이 20대 초반 정도 되는 어린 친구였는데, 나이도 어린 친구가 그 양반(쓰러진 노인)이 춥다고 하니까 자기 점퍼를 덮어주더라"며 "그거까지는 경찰 공무원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저 노인이 술에 취해 발길질을 하는 등 눈살 찌푸릴 행동을 했는데, 여경이 노인에게 말을 건네면서 가족 이야기를 했고 노인 입에서 딸 이야기가 나오자, 그 이야기를 기점으로 노인을 달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노인이 술에 취해 신발을 던지고 난리를 피웠다. (옆에 있던) 주차금지 표지판에서 물도 흘렀다. 그런데 인상 하나 안 찌푸리더라"며 "노인이 술에 취해 발버둥을 쳐서 (여경이 덮어준) 점퍼가 많이 더러워진 상태였다. 만약 내가 저 여경이었다면 아무리 추워도 더러워진 점퍼를 절대 입지 못했을텐데, 여경은 점퍼를 그대로 다시 입은 후 노인을 집까지 모셔가는데 동행했다"고 했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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