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인구 80%가 평생 한번이상 앓고 있는 통증은?
입력 2022-01-20 06:12  | 수정 2022-01-21 06:38

척추질환은 현대인들의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사람들이 겪는 질병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한번 이상 허리통증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허리부터 엉덩이, 또 다리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범위에 엄청난 통증을 동반하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최두용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우리 몸을 지탱해 주는 척추의 순수 무게는 놀랍게도 2㎏ 남짓에 불과하지만 60~70kg의 몸을 지탱하고 있다"면서 "척추는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피로도가 누적되고 세월 속에 자연히 닳아간다. 물건을 오래 쓰면 고장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목과 등, 허리, 엉덩이, 꼬리 부분에 이르기까지 주요 골격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은 물론, 신체를 지지하고 평형을 유지하며 척수를 보호한다.
척추는 총 33개의 뼈로 이뤄져 있고, 각 척추뼈 사이에는 23개의 스프링 같은 추간판이 존재한다. 추간판은 척추와 척추 사이에 단단하게 붙어 두 개의 척추를 연결한다. 또 척추가 움직일 때 압력을 분산시키고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작용을 하며 안정성을 부여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동시에 척추는 뇌에서부터 이어지는 중추신경 다발인 척수를 감싸고 보호하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인 뇌와 말초신경계인 말초기관을 잇는 역할을 한다. 최두용 교수는 "척수는 몸의 촉각·압각·고유감각·온도감각·통증감각 등의 감각 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또 뇌의 신호를 몸통이나 사지 말단으로 전달하는 신경 통로로, 손상되면 여러 가지 종류의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대부분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 관절염이 심하면 요통이 생기고, 추간판이 탄력을 잃고 형태와 성상이 변하면서 다양한 통증을 동반한 척추질환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척추질환 환자는 920만 737명으로 2016년 839만 7832명 대비 3년간 13.7% 증가했다. 경추질환 환자까지 포함하면 환자는 1157만여 명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최근 젊은층에서도 척추질환이 쉽게 관찰된다는 점이다. 실제 척추질환의 연령대별 환자 분포를 보면 20~30대 젊은 척추질환자의 비율이 2019년 기준 약 22%를 차지한다.
최 교수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과도한 사용,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장시간 앉아 있는 환경, 늘어나는 스트레스, 바쁜 업무나 학업으로 인한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최근 20~30대 젊은 척추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척추질환에는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있다. 추간판탈출증은 일명 '디스크'로 부르는 질환이다. 추간판의 가장자리에는 질긴 섬유륜이, 가운데에는 연한 젤리와 같은 수핵이 있는데, 퇴행하거나 외상을 입으면 섬유륜이 손상되고 수핵이 섬유륜 틈새로 빠져나와 인접한 신경을 압박한다. 탈출된 추간판으로 인한 물리적인 자극과 신경 주변의 염증으로 인한 화학적 자극으로 허리통증과 신경을 따라 나타나는 방사통(경추는 팔과 손, 요추는 다리와 발의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 바로 추간판탈출증이다. 드물게는 중추신경 자체를 압박해 사지 마비 혹은 대소변 장애 같은 심각한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신경 증상이 심하지 않은 추간판탈출증은 대부분 수술적 치료 없이 증상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자연 치유되기도 하고,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이른바 '보존적 치료'로도 상당수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이들 치료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면 경막외 주사 또는 신경근 차단술 등 주사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나 주사요법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할 때, 또는 통증 뿐 아니라 사지 근력이 약화할 때 고려한다. 요추는 일반적으로 미세수술현미경이나 내시경 등을 이용해 탈출한 추간판만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경추는 해당 마디의 추간판 전체를 제거하는 동시에 두 개의 척추를 하나로 유합시키는 척추 유합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공디스크를 이용해 척추 움직임을 보존하는 수술법도 많이 이용된다. 또 경추 수술에도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척추나 주변의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뼈의 일부가 자라고 인대가 두꺼워지게 된다. 이로 인해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안의 신경을 압박하게 되는데, 이를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한다.
허리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요추 4번과 5번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부위는 다행히 중추신경인 척수는 없고 말초신경다발만 존재해 압박 정도가 심해도 환자는 증상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이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을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약물치료나 신경 차단술과 같은 주사치료를 통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도한 다음, 통증 감소의 효과가 없거나 하지 마비, 보행 장애가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반면 경추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은 '경추 척추증성 척수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경추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척추관 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경추 척추관협착증은 척수를 직접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최두용 교수는 "심한 경추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신경의 압박이나 손상으로 인해 손이나 팔의 근력 약화와 함께 섬세한 손가락 놀림이 어려워지고 하지의 균형감각 소실과 보행 장애 등 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보존적 치료로는 질환 악화를 막기 힘들고, 한 번 신경이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 만큼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척추전위증은 인접한 척추체의 정렬이 어긋나면서 하나의 추체가 인접 추체보다 앞(전방전위) 또는 뒤(후방전위)로 전위되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가 밀려 나간다고 해서 '척추 미끄럼증' 혹은 '척추탈위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천적으로 관절돌기가 손상돼 있거나 외상 또는 척추의 퇴행으로 상하 척추 연결부가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노화가 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년층과 50~60대 여성에게 많이 생기지만 최근에는 오래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요추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을 호소하고, 심할 경우 엉덩이나 하지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진단은 주로 X-레이를 통해 뼈가 얼마나 미끄러져 있는지를 살펴보고 진단하게 되는데, '메이어딩 그레이드(Mayerding's Grade)'라는 방법을 통해 밀려 나간 척추뼈 아래에 있는 척추뼈의 상위면을 4개 등급으로 나누고 각 등급별로 얼마나 밀려 나갔는지를 평가한다. 50% 미만인 2단계까지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관절의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 등에는 증상에 따라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척추외과 의사 알프 나헴슨(Alf Nachemson·1931~2006년)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바른 자세로만 앉아도 척추와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대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앉은 자세는 엉덩이가 등받이에 밀착되도록 의자 깊숙이 앉으며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구부린 무릎의 각도는 90°를 유지한다. 앉을 때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은 허리에 최고의 적이다. 오랜 시간 다리를 꼬는 습관은 허리와 골반 주변에 통증을 유발하고 척추 변형까지 가져올 수 있다.
잠자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 엉덩이가 가라앉는 정도가 약 1~2㎝ 되는 탄탄한 침구를 사용하고, 베개는 누웠을 때 어깨 위 목 높이 정도의 낮고 푹신한 것을 선택하되, 머리와 어깨까지 받쳐줄 수 있는 것이 목과 허리에 부담을 줄인다. 무엇보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척추나 허리 강화에 도움을 주는 걷기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40~50분씩 약간 빠르게 걷는 정도를 추천한다. 최두용 교수는 "올바른 생활습관과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척추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시키고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평소 바른 자세로 척추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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