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내 차이나타운서 줄폐업"…미중 갈등에 코로나19가 원인
입력 2022-01-18 14:06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신화 =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패권 갈등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내 차이나타운들이 전례 없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소비자로 넘쳐나던 상점들은 임대료를 못 내 문을 닫고 있고, 붐비던 거리는 황폐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대도시의 차이나타운들이 불황으로 몰락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848년 조성된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선 수십년 된 중국 음식점들이 임대료를 못 내 폐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대 광둥성 출신 중국인들이 태평양을 건너 들어와 형성한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차이나타운이다.
잭 니콜슨 주연 영화 '차이나타운'의 무대였던 이곳은 한때 관광명소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만큼이나 오래된 뉴욕 차이나타운 역시 시련을 겪고 있다.
밤에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이 거리의 가게들은 점심에도 손님이 없어 테이블이 절반 이상 비어 있고, 밤에는 '유령의 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입점 가게가 늘고 있는 플러싱 거리의 한인타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 내 차이나타운들이 이처럼 불황에 시달리는 까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과 패권 경쟁에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반중 정서가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고착됐고, 이는 곧 국제정치로 확대돼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반중 정서에 기름을 끼얹은 건 지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확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우한바이러스'라 명명하면서 '코로나19는 곧 중국'이라는 생각이 반중 정서를 극대화한 것.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반중·반아시아 증오범죄가 잇따르면서 중국인은 물론, 외모가 비슷한 한국계와 일본계 역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빈번했다.
반중 정서가 보편화되면서 1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미국 대도시 차이나타운들의 번영은 옛말이 됐다.
WP는 중국계 유명 요리사인 그레이스 영의 말을 인용해 "차이나타운에서 자란 중국계 2·3·4세대는 대부분 자수성가해 미국 사회에서도 중산층 이상으로 평가된다"며 "다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차이나타운 가게를 이어받아 자영업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혹독한 시련을 겪은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WP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소식도 전했다. 워싱턴 차이나타운은 한때 정계 인사들이 드나들 정도로 고급스러운 중국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 등 부가가치가 높은 상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상점의 3분의 1 이상이 임시휴업 중이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와 보스턴 등의 차이나타운도 비슷한 상황이다.
WP는 "아시아계가 팬데믹으로 큰 영향을 받았지만, 중국계처럼 몰락 위기를 겪는 경우는 드물다"며 "문제는 차이나타운의 불황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계 미국인들 사이에 미중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찬란했던 지난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