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산당도 '베이징 엄마들' 못말려…사교육 규제 피해 몰타로 간다
입력 2022-01-18 11:16  | 수정 2022-01-18 11:20
베이징에 있는 한 국제학교의 전경 [사진 출처 = Beijing BiSS]

중국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사교육을 강력 규제한 이후 캐나다·몰타 등으로 유학이나 이민을 떠나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제학교 등에서 해외 유학 준비가 어려워지자,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면서 아예 이민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18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제학교가 전국적인 탄압을 받으면서 국내서 서구 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가정들이 이민과 유학 옵션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유학·이민 붐을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몰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이지 푸는 지난 두달간 매출이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푸 씨는 "고객 대부분이 새로운 교육 정책을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라고 설명했다. 몰타는 지중해의 영국으로 불리는 유럽 대표 휴양지다.
캐나다 이민 프로그램의 인기도 크게 높아졌다. 캐나다 이민을 지원하는 국제 컨설팅 회사 페임드 스타그룹의 잭 호 회장은 "캐나다 전문 이민을 신청하는 중국인 가족 수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 씨에 따르면 기존에는 이민을 고려하는 가족들의 95%가 캐나다에서 영주권을 취득할 때까지 중국에 머무는 것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취업 허가를 받는 즉시 캐나다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고객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취업허가를 받으면 자녀들이 캐나다 학교에서 바로 학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7월부터 과도한 사교육 비용이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며 방과후 사교육 시장에 초강력 규제를 시작했다. 중국 사교육촉진법에 따르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과정을 진행하는 국제학교는 신규 면허를 발급받지 못한다. 중국 의무 교육과정을 함께 가르치는 사립학교라도 외국 교과서 사용은 금지된다.
중국 중산층을 상대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던 국제학교들은 규제 유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베이아카데미, 해로우 혁신 리더십 아카데미, 킹스 스쿨 인터내셔널 등 선전에 위치한 국제학교들은 학교 자체를 폐쇄하거나 외국인 학생들만 입학을 허가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앞서 11월에는 영국계 사립학교인 웨스트민스터 학교가 개교 4년 만에 청두 분교를 닫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최근 중국 교육 정책의 변화로 6개 이중 언어 교육기관을 여는 프로젝트 전체를 취소해야 했다"며 "지금의 환경은 2017년 (개교당시)과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최근 남아있는 사립학교들에도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국어 교과서를 배우고, 공립고등학교 입학 의무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이중언어 학교 교육과정을 변경했다.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