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음'이 보도된 가운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일종의 저급한 공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17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 출연해 "(대통령)선거가 왜 이렇게 저급하게 가는지 안타깝다"라며 "일종의 정치 공작성 녹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는 언론의 자유, 공인 검증,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운 일종의 저급한 공작"이라고며 "MBC가 한 번 더 보도한다는데, 공중파로 책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지를 지적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전 의원은 "후보자 부인이 캠프에 참여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를 (정치권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라며 "그런데 녹취록에서는 그런 부분이 잘 안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해석하면 과장된 게 아닌가 한다"라며 "인터뷰도 이렇게 조각 조각내 하는 게 과연 맞는가.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상당히 납득이 어렵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단순한 불공정을 넘어 매우 악질적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비열하고 더 악랄한 정치 관음증을 악용해 후보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어 정권을 도둑질하려는 작태가 자행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MBC '스트레이트' 방송이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후보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라며 "방송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히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민의힘에 힘이 될 것" "의혹을 해소해준 것 아니냐", "윤 후보보다 김 씨가 더 정치적 감각이 있다" 등의 반응도 올라오고 있다.
반면, 이른바 '김건희 통화 녹음 파일' 원본을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 제공한 유튜브 서울의소리 측은 이날 "김 씨가 검찰권을 좌지우지했다는 그런 뉘앙스가 풍기는 대화를 MBC가 왜 뺐는지 묻고 싶다", "제가 괜히 MBC 측에 줬나, 이런 생각도 든다"라며 전날 방송에서 핵심 내용이 빠졌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와의 인터뷰에서 "(대화 내용 중) '조국, 정경심 교수가 가만히 있었으면 구속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이런 내용들이 있는데 이게 지금 제일 중요한 핵심"이라고 했다.
백 대표는 "김건희 씨가 이런 얘기를 한다.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이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 시키려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검찰총장이었나? '우리가 구속 시키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김 씨와 상의했다거나 (윤 후보가) 김 씨한테 그런 의향을 내비쳐서 김 씨가 그런 얘기를 했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게 나가야 알 권리 차원에서 시청자의 요구를 충족해 주는 것이지 그걸 빼고 지금 엉뚱한 것만 틀어서 김건희 씨 좋은 화술을 전 국민이 듣고 제2의 국정농단이 일어날 수 있는 우려가 저는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현주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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