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배우자와 이혼한 A씨(63세)는 최근 옷 가게를 정리했다. 처분한 자산과 그동안 저축해둔 돈을 탈탈 털어도, 노후준비가 부족했다. 그러던중 지인 B씨가 "이혼한 전 남편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면, 함께 나눠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바로 알아본 A씨는 "내가 죽기 전까지 월 50만원의 연금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마치 황금 알을 낳는 닭을 얻은 것 같았다"고 당시 기분을 전했다. A씨의 전 배우자는 현재 노령연금으로 매달 150만원을 수령하고 있는 상황. 국민연금 가입 기간은 30년, 혼인 기간은 20년이다. 따라서 A씨는 150만원 중 분할대상 기간 20년에 해당하는 100만원의 2분의 1인 50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받게 된 셈이다.
A씨처럼 이혼을 한 뒤 재산 분할 시 부동산과 금융재산 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분할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분할연금제도는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정신적, 물질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일본,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위스 등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분할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수급 연령이 되었을 때 받는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권을 갖고 있어야 하고,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은 물론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 한다.
노령연금 수급 개시연령은 ▲1952년 이전 출생자는 60세 ▲1953∼1956년생 61세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서 일단 분할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면 재혼하거나 이혼한 배우자가 숨져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 또는 정지되더라도 이와 상관없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분할연금 수급권을 얻기 전에 이혼한 배우자가 숨져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했거나 장애 발생으로 장애연금을 받으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연금을 나누는 비율은 2016년까지만 해도 혼인 기간 형성된 연금자산에 대해 일률적으로 50 대 50이었지만 2017년부터는 당사자 간 협의나 재판을 통해 그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6월 중순부터는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기간 등은 분할연금 산정에서 빠지고, 이혼 당사자 간에 또는 법원 재판 등에 의해 혼인관계가 없었다고 인정된 기간도 제외된다.
최근 이러한 분할연금 신청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황혼 이혼 등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분할연금을 신청자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4만8450명으로, 2010년에 비해 10년 사이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분할연금 수급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이 4만2980명(88.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남성은 5470명(11.3%)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60∼64세 1만6344명, 65∼69세 2만1129명, 70∼74세 7802명, 75∼79세 2486명, 80세 이상 689명 등이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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