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에만 가격이 6배로 뛴 리튬 값이 이달 들어서도 계속 상승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 리튬 매장지에서 리튬 광산 개발을 두고 기업과 환경 단체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한동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기준 리튬 가격은 톤(t)당 27만7500위안(약 5200만 원)이다. 정확히 1년 전 가격인 4만6500위안(약 873만 원)의 무려 6배에 달한다.
새해 들어서는 이달 4일까지 작년 말 가격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5일부터 값이 상승하더니 6일 기준 29만500위안(약 5500만 원)까지 올랐다.
업계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리튬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리튬 수요가 지난해 10.5만 톤(t)에서 2030년 69.6만 톤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리튬 수요가 급격히 늘어 올해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지만, 오는 2025년에는 리튬 생산량이 소비량을 능가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공급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리튬 수요가 늘면서 전 세계 리튬 생산 업체들이 채굴에 나섰지만, 환경 단체 반대에 막혀 광산 개발이 지연되거나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단체는 광산 개발 때문에 채굴지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고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망가진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리튬 광산을 지으려는 업체가 인근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주장하는 환경 단체와 조상들의 유골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원주민들과 소송을 벌였다.
세르비아 자다르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광산 개발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다국적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는 자다르 지역에서 24억 달러(약 2조8800억 원) 규모의 리튬 광산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시위대는 리오 틴토 같은 대기업이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정부는 환경 보호보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을 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가 8일(현지 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세르비아 정부는 리오 틴토에게 리튬 채굴 프로젝트 계약을 전면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튬의 공급불안이 계속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광산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광물 수급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광산 업체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리는데다 리튬을 원하는 기업이 많아 리튬 수급을 위한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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