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막둥아 미안하다"…한솥밥 먹던 소방관 동료 셋 한날 떠나
입력 2022-01-07 07:27  | 수정 2022-01-07 07:40
6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이 불을 끄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이 갑자기 재확산한 불길에 고립됐다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 사진=연합뉴스
1계급 특진 추서 등 순직 소방공무원 예우 진행
‘극적 화해’ 윤석열·이준석 조문

아이고 세상에 어쩌면 좋으냐”

경기 평택시 한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의 빈소가 마련된 평택 제일장례식장에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순직한 소방관 모두 한 팀 소속으로 근무했던 대원들로 확인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순직 소방관 중 최선임인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장 이형석(50) 소방위는 1994년 7월 임용된 28년차 베테랑 소방관이자 2명의 자녀를 둔 가장입니다. 이 소방위는 한 차례 큰 불길이 잡힌 뒤 인명 검색 작업에 나섰다가 재차 거세진 불길에 그만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 소방위의 후배들은 (선배는) 업무에 서툴러 실수를 해도 ‘그럴 수도 있다며 이해하고, 후배들을 인자하게 지도했다”고 회고하며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던 선배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순직 소방관 박수동(31) 소방교는 결혼 3개월을 앞둔 예비신랑입니다. 박 소방교의 아버지는 미안하다. 꼭 천국에서 (만나자)…막둥아 미안하다. 아빠도 곧 따라갈게”라며 아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울먹였습니다.

조우찬(25)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입사한 신참입니다. 특수전사령부 출신인 조 소방사의 군 시절 동료들은 그의 부고 소식을 듣고 군복을 입은 채 곧장 빈소를 찾았습니다. 이들은 (조 소방사는) 언제나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친구였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평택 화재 순직 소방관 빈소 / 사진=연합뉴스

정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오후 7시 30분쯤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한 뒤 이천 화재 사고와 마찬가지로 자꾸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계속돼 정부로서는 유족들께, 국민들께, 소방관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근무환경에 대해 정부가 고칠 것은 고치고 꼼꼼히 살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휠체어를 탄 채 빈소를 찾았습니다. 그는 무겁고 비통한 표정으로 당 대표가 된 후에 안타깝게 희생된 소방관들의 빈소를 3, 4번째 조문하게 돼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 빈소를 조문하며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극적인 정치적 봉합을 이끌어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오후 9시 50분쯤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조문을 마친 윤 후보는 너무 안타까운 사고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족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사고 원인을 파악해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오늘(7일) 낮 12시 30분쯤 조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될 예정입니다.

경기도는 순직 소방공무원 예우 절차에 따라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등 예우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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