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오스템임플란트 '사상최대 횡령' 3대 미스터리
입력 2022-01-04 17:50  | 수정 2022-01-04 20:50
◆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파장 ◆
새해 첫 거래일부터 터진 대형 악재에 코스닥 기업 내부 통제와 자금관리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내부 자금이 석 달 동안 사라졌지만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거액의 돈을 빼돌린 해당 기업 직원이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는 소문도 점점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회사는 왜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거액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에서는 왜 빨리 파악하지 못했는지 등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한 상황에 대해 2만명의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대형 횡령 사고는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1년에 1000억원 가까이 버는 코스닥 상장사에서 이렇게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문제"라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상장사의 허술한 내부 통제에 크게 실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내부 통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지만 개인 계좌로 1880억원의 자금을 이체해준 은행의 업무처리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한국거래소, 금융당국 등에서 갑자기 한 개인이 수천억 원의 주식 거래를 하는데 자금 출처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오스템임플란트 회사 계좌에서 1880억원이 어떻게 이 모 팀장 개인 계좌로 이체됐냐는 대목이다. 한 시중은행 대기업 담당 지점장은 "거래 기업의 계좌에서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이 갑자기 빠지는 것은 물론 개인 계좌로 이체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기록, 결재를 위해 설령 적은 액수의 금액일지라도 회사 계정에서 돈이 빠져나갈 땐 담당자들이 거래 은행을 방문해 증빙 문서를 떼 오는 등 크로스체킹 시스템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소기업도 아닌데 혼자서 1880억원을 빼돌렸다는 건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두 명의 은행 직원과 공모한다고 이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이 복수의 계좌를 동원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경우 오히려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에 의심거래로 더 쉽게 발각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계좌에 있던 거액의 자금이 이 팀장 관련 계좌로 옮겨질 때 FIU에서는 관련 내용을 몰랐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좌 이체가 일어나 금융회사에서 의심거래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FIU에서 문제를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0월 초 발생한 횡령을 오스템임플란트 측이 12월 31일에 발견한 것도 미스터리한 부분이다. 내부 통제가 아무리 허술해도 3개월 동안 거액의 자금이 비는데 회사 관계자가 아무도 몰랐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회사 내부 또 다른 직원과의 공모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내부에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쓰고 있는 회계관리 업무용 소프트웨어(SAP)가 구형인 데다 예외가 많아서 수기 입력을 통한 추후 수정이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는데 이게 문제의 발단이 됐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자금을 빼돌린 이 팀장이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을 1429억원어치 장내 매수하고 10월 5일 실명으로 공시를 한 대목도 의문이다. 시장에서는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보고 있는데, 회사 자금을 횡령한 직원이 보란 듯이 공시를 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씨가 10월 5일 공시를 할 때 자금 출처를 '투자이익 외'라고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대규모 거래에 수반되는 자금 출처에 대해 금융당국이 주의 깊게 살펴봤더라면 횡령 자금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지웅 기자 / 차창희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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