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를 관람하던 한국계 의대 지망생이 하키 팀 관계자의 생명을 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24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시애틀 크라켄과 벤쿠버 캐넉스의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렸다. 관람석에서 구경 중이던 나디아 포포비치는 밴쿠버 팀의 장비 매니저인 브라이언 해밀턴의 목덜미에 난 작은 점을 발견했다.
포포비치는 해밀턴의 목덜미에 난 점이 과거 그녀가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알게 된 '피부암 증상'과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포비치는 이 사실을 해밀턴에게 알리기 위해 여러 차례 큰 소리로 그를 불렀지만 시끄러운 경기장 소음 탓에 그는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관중석과 벤치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설치되어있어 소리는 더욱 전달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포포비치는 해밀턴에게 알리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임기응변을 보였다.
그녀는 경기가 끝날 무렵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적은 후 해밀턴을 향해 마구 흔들었다. 포포비치를 발견한 해밀턴은 "목뒤에 있는 점이 암일 수 있으니 꼭 의사를 찾아가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메시지에는 해밀턴이 이해하기 쉽도록 '점(mole)' '암(cancer)' '의사(doctor)'라는 세 단어에 붉은색으로 강조 표시됐다.
이날 저녁 검사를 받은 해밀턴은 의사로부터 악성 흑색종 2기 판정받았지만,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현재는 완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지난 1일 밴쿠버 구단 공식 트위터에 "내 삶을 바꾼 특별한 사람을 찾고 있다"며 "당신이 휴대전화로 내게 보여준 메시지는 나와 내 가족에게 삶을 바꿔줬다"고 밝혔다.
구단은 몇 시간 만에 포포비치의 부모를 통해 포포비치와 연락할 수 있게 됐다. 밴쿠버와 시애틀의 경기가 열린 이날 저녁 재회한 해밀턴과 포포비치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의사가 되기도 전에 생명을 구한 포포비치에게 밴쿠버와 시애틀 구단은 1만 달러(약 12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한편 포포비치는 19세에 워싱턴대를 졸업한 후 올해 의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루마니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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