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보합권에 머물면서 3000선 회복에 또 실패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 4분기 어닝시즌 등을 앞두고 지수가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개인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현물 매도가 나오면서 지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47포인트(0.02%) 오른 2989.24에 거래를 마쳤다.
배당락일이었던 지난 29일 2993.29로 밀리며 3000선을 내준 코스피는 전날 2988.77까지 오르면서 이날 3000선 회복에 나섰다. 전날밤 미국 증시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오전 중에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보합권까지 낙폭을 줄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수급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귀환 추세가 뚜렷하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달 21일부터 배당락 전날인 28일까지 5조642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배당락을 지난 이후 나흘 동안 4조원 가까이 매수하면서 매도 주식을 다시 채워넣는 모습이다. 반면 기관 투자자 중에서 단기 투자 성향이 높은 금융투자가 이날 현물 매도, 선물 매수로 대응하면서 지수를 억눌렀다.
이날 일본, 호주 증시 등이 다시 문을 열면서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인 2022년 거래를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는 현재 모멘텀 공백기를 맞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6일과 7일에 나올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과 고용상황보고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월 FOMC에서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느냐가 관건이다. 12월 FOMC 회의 종료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고용상황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용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경우 연준의 긴축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3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연방기금(FF) 선물에 반영된 3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달 25.2%에서 현재 56.5%까지 상승했다. 연간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도 기존 3회에서 최근 4회로 증가세다.
국내 증시는 오는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어닝 시즌에 돌입한다. 통상 4분기에는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 영향으로 어닝 쇼크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증시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다.
황지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일회성 비용을 4분기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적 쇼크 발생 확률이 높으며,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 재개 차질, 그리고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플레이션 원가 부담 등이 종합적으로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증시의 이익 레벨 하락이 현실화 된다면 밸류에이션 재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의료정밀, 보험, 철강·금속 등이 2%대 올랐고 은행, 의약품, 서비스업 등은 떨어졌다.
매매주체별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403억원, 938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745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 중 금융투자의 순매도 규모가 7643억원로 기관 투자자 전체 순매도액보다 많았다. 금융투자는 이날 선물시장에서는 5089억원을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2932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NAVER,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카카오뱅크 등이 2~3% 약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 LG화학, 기아는 상승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개 상한가를 포함해 505개 종목이 상승했고 339개 종목은 하락했다.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POSCO는 정관 변경을 통해 철강자회사를 비상장사로 남기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2.32% 상승했다. 최근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벌였던 LG이노텍이 5.67% 하락하고,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던 LG화학이 3.88% 상승하는 등 차익 실현과 저가 매수 움직임도 보였다. 자금부 직원의 18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이 터진 오스템임플란트가 이틀째 거래정지를 이어가는 가운데 경쟁사인 덴티움 주가는 7.22% 상승했다. KCC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는 증권가의 호평에 힘입어 25.40% 급등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6.17포인트(0.59%) 내린 1031.66에 마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