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택수급 사정이 9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다. 대표적인 지표인 주택보급률(일반가구수 대비 주택수 비율)이 2012년 말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주택보급률이 떨어져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쳤다.
그동안 지적됐던 정부의 주택 수급 관리 실패가 실제 통계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4일 국토부가 공개한 2020년 말 기준 전국 주택보급률은 103.6%로 나타났다. 2010년 본격적으로 통계가 집계된 후 2019년 104.8%까지 꾸준히 오르다 처음으로 내리며 다시 2017년 말(103.3%) 수준으로 하락했다. 2020년 말 주택보급률은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가장 최근 주택 수급지표다.
특히 주택보급률 하락은 수도권과 서울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기준 서울은 94.9%였다. 2012년 말(94.8%) 수준이다. 서울은 이번 정부 들어 주택보급률이 계속 내림세다. 2017년 말 96.3%로 정점을 찍은 뒤 95% 아래까지 주저앉았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집이 필요한 서울 가구수가 398만2290가구이고 주택수가 377만8407가구로 주택수가 20여만가구 모자란다. 다가구주택 수를 가구별로 구분해 통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이 부족하다.
수도권도 98%를 기록했다. 역시 2010년 이후 계속 오르다가 2019년 말(99.2%) 당시 100%에 육박했는데 다시 밀렸다. 부동산 학계에선 일반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05~110% 수준이 돼야 안정적인 주택수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주수요 등을 감안한 수치다.
부산(104.5%→103.9%) 대구(103.3%→102.0%) 인천(100.2%→98.9%) 대전(101.4%→98.3%) 등 전국 대부분 지역 주택보급률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동안 1~2인 가구 확대 영향 등으로 수요는 예상보다 빨리 올라가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주 단위인 가구수 대비 주택수가 적다는 것은 기본적인 주택 수급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여기에 유동성 증가와 투기 등 가수요까지 가세하면 집값 상승세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