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대표되는 신흥국 펀드 간 성과 차이가 극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베트남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지역 펀드들은 손실폭이 컸다. 신흥국 증시 간 디커플링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신흥국 펀드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인도주식형펀드와 베트남주식형펀드는 1년간 각각 45.46%, 42.07% 올랐다. 이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14.10%를 한참 웃도는 성과다. 반면 브라질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손실율이 15.59%에 달했다. 중남미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10.61%로 부진했다.
인도와 베트남 증시는 지난해 각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해 10월 18일 6만1765.59로 최고점을 갈아치웠으며, 베트남 NV지수는 지난 11월 사상 최고치인 15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수익률 상위 펀드에는 베트남 펀드가 다수 자리했다. 삼성베트남펀드, KINDEX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HDC베트남적립식펀드, NH-Amundi베트남레버리지 ETF 등은 지난해 7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수익률 1위의 삼성베트남펀드는 증시를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아니지만, 1년 81.63%의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1월에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우려로 베트남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며 베트남펀드 수익률도 3.81%가량 하락했다. 추가 조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탄탄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베트남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대외 환경과 달리 상장사들의 이익 개선 흐름은 양호하다"며 "VN지수가 1400선을 밑돈다면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 펀드 중에서는 삼성인도중소형FOCUS가 55% 올라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경기 개선과 시장 친화적인 통화정책 등이 인도 증시를 견인했다고 평가하는 한편, 단기간에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타 신흥국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추가 상승폭을 제한할 것"이라며 "이익 개선이 이어지는 만큼 급락 가능성은 낮으나 밸류에이션 멀티플의 추가 확장은 부담되는 시기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 상반기까지 원자재가 상승에 힘입어 고공행진했던 브라질 펀드는 하반기 들어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데다 재정 및 정치 리스크로 증시가 고꾸라진 탓이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12월 31일 기준 10만4822로 1년간 11.93%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신흥국 증시에 대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 가속화는 신흥국 증시에 있어서 리스크 요인에 해당한다"면서도 "이같은 잠재적 리스크는 부진한 수익률 성과와 투자 센티멘트에 이미 선반영됐기 때문에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신흥증시의 3대 핵심 리스크는 중국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 달러 강세"라며 "단기적으로는 중국(홍콩)을 제외한 신흥증시 투자가 성과 방어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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