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증권시장 화두는 로봇주였다. 지난해 연말 지지부진한 장세 속에서도 상한가를 기록하고 몸값을 배로 부풀리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대기업이 로봇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로봇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로봇대장주 에브리봇은 2만2150원에서 3만9500원으로 주당 1만7350원(78%) 상승했다. 에브리봇은 지난해 6월 5만원대를 터치한 이후 하락세를 타면서 근 3개월간 2만원대 초반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로 엮이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
에브리봇 뿐만 아니라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에스피시스템스(100%)와 로보스타(48%), 이족 보행 로봇을 개발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52%), 자율주행 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유진로봇(79%), 인공지능(AI) 전문 로보로보(99%) 등 로봇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했다.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산업 발전 및 시장 확대 기대감과 인수합병(M&A) 판이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매수세가 모여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앞서 공개한 가정용로봇 '케어'와 '핸디'에서 나아가 본격적으로 로봇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신호탄을 쏜 셈이다. 인구 노령화와 인건비 상승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로봇을 투입해 비용 감소와 생산성 최적화에 기여하고, 위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주행과 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 스핀 기술 특허를 출원한 에브리봇은 지난주 내내 상승 마감했다.
현대자동차도 에스피시스템스와 산업용 로봇 자동화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스피시스템스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달성하는 등 주가 상승폭을 키웠다. 현대차는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고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선 차세대 모빌리티기업으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기아는 산업용 로봇 시장을 먼저 공략할 방침이다. 지난해 9월 공장안전서비스로봇을 광명공장에 배치했다. 이 로봇은 산업 현장의 위험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LG전자 역시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SG로보틱스와 로보스타를 인수하면서 로봇사업에 주력할 것을 알렸다. LG전자는 물건을 운반하는 '클로이 서브봇', 길 안내용 '클로이 가이드봇', 방역로봇 '클로이 살균봇' 등을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로봇기업과 협업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로봇 개발 및 생산은 자본이 필요한 산업인 만큼 아직 적자인 기업이 많다"면서도 "로봇의 성장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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