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코로나19 백신 맞고 사망한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지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백신 맞고 사망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려워 관계자 처벌이나 손해배상 등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조물책임법의 면책사유에 따라 백신 부작용을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가리킨다. 중대시민재해로는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이다.중대재해처벌법은 국내법이므로 처벌될 수 있는 대상은 한국화이자제약 대표와 모더나 한국법인 대표 등이다. 특히 모더나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조물 책임법
중대시민재해에서 '제조물의 결함'의 의미를 보려면 민사법인 제조물책임법을 참고해야 한다. 형사법인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그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제조물책임법에서 제조물의 결함을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둘째 제1호의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셋째 제1호의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의 경우다. 법원이 '제조물의 결함'을 엄격히 보고 있어 백신 부작용을 제조물 결함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예를 들어 과거 어린이용 미니컵 젤리라는 과자로 어린이들이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다. 하급심에서는 미니컵 젤리에 대한 제조물의 결함을 인정해 수입업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수입업자가 자신이 공급한 제조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했고, 결국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조물 책임법
게다가 제조물책임법에는 면책사유도 있다. 면책사유 네 가지 중 코로나19 백신은 최소 두 가지가 해당돼 한국화이자와 모더나 한국법인에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두 가지는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했다는 사실이다.코로나19 백신은 다른 백신과 비교해 단기간에 개발됐다.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코로나 백신을 개발(설계)하지 못했다고 해 대체설계에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에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백신과 관련해 제약사들이 알고 있는 위험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결함이 인정될 수는 있다.
법조계는 제조물의 결함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인정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실제로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300명을 넘었는데 정부는 단 2명만 백신으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했다.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망 사례는 2건 뿐인 셈이다.
한 변호사는 "백신 부작용의 경우 콜레라와 같이 원인과 병명이 쉽게 연결되는 특이성 질환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비특이성 질환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단순히 역학적 상관성만이 아니라 발병시기,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위험인자(백신접종)에 의해 비특이성 질환(백신 부작용)이 유발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처벌은 형사책임이어서 인과관계 인정 여부는 더욱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로 인정될 경우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피해자에 대해 손해액 최대 5배의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게끔 하고 있다. 하지만 손해액 3배까지 보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통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중대재해도 약 3배의 배상책임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백신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다수 나오더라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의도적으로 유해성을 숨기지 않은 이상 처벌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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