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해는 수년째 패배를 경험하지 못했던 더불어민주당에게 더없이 혹독한 시간이었다. '추·윤대전' 패배로 연초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퇴진했으며, LH사태가 터지고 한달 후 치러진 4·7재보궐선거에서는 역사적인 참패를 당했다. 한때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을 역전한 지 오래며, 대선 가상대결에서도 아직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조사가 많다.
여당이 민심을 잃어가는 동안 5선 중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내부비판자로서 지도부 방침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금은 민주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꼈다는 진단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세력기반이 미약한 이 의원의 경고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난 1년간은 이 의원으로 대표되는 당내 비주류 목소리가 묻히며 민주당이 수렁에 빠지는 기간이었던 셈이다.
당내경선때는 선관위원, 후보확정 후에는 공동선대위원장까지 맡으며 이 의원도 한동안 비판을 자중해왔는데, 최근 당의 운영방식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며 다시금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는 당의 '신주류'로 부상한 이재명 대선후보와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비판 대상이다. 매일경제신문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나 민주당의 현주소와 대선국면에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인터뷰했다.
- 현재 당의 운영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지금은 어떤 정책이든 공약이든 당과 조율이 되지 않고 이재명 후보가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이 후보는 여러사람과 의견을 조율하고 하나로 수렴해가는 프로세스에 매우 불편함을 느기는 모양이다. 이런 과정을 불편해하면 안된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이런 과정을 무시하면 독단적이고 일방적이란 비판을 받게 된다.
- '이재명의 민주당'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 그 발언에 지극히 모욕감을 느꼈다. 나같은 모욕감과 당혹감을 느끼는 당원들이 많았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부속품도 아니고 사당도 아니다. 민주당은 수많은 당원과 170여명의 의원이 있는 공당이다. 민주당에 흠과 약점이 있더라도 이 후보는 다 떠안고 가야할 민주당의 후보다.
- 오늘 당에서 후보 뜻에 따라 내년 재산세 동결 발표했는데.
▷어떤 정책이든 공약이든 이재명 후보 개인이 다 북치고 장구치고 한다. 대통령의 능력은 그냥 '툭툭' 던지는 게 아니라 의견조율하고 하나로 수렴해가는 것이다. 이런 걸 불편함을 느끼면 안된다. 집값이 올라 서민 부담이 커진 만큼 세부담을 낮춰주고 조정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매번 후보가 한마디 '툭' 던지고 당은 몰려 쫓아가 발표하다 보니 정부와 협의도 잘 안되고 내용이 조악해 정책의도는 훼손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진다.
- 이 후보의 지자체장 경력 탓에 기관장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조직이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다는 평가가 있다
▷ 지자체장을 수십년 한 것도 아니고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을 합치면 10여년 한 것 아닌가. 그정도로 캐릭터가 굳어졌다면 본인의 연마·단련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추진력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데, 단점으로도 작용하는 것을 유념하고 있어야 한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공동선대위원장)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전두환의 공과(功過) 발언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한이 없다. 히틀러에게도 좋은점이 있고 나쁜점이 있는데, 히틀러도 좋은점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수긍하겠나. 전두환 씨의 공과 과를 이야기하면 국민들의 일반적 가치와 맞을지 의문이다. 대구·경북의 표를 얻고자 하는 발언이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선거때라도 국민이 보편적 인식에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이 후보의 정책공약에 대한 평가는?
▷ 공약이 워낙 많이 쏟아지다보니 나도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선거는 유권자와의 소통이다. 유권자가 공약을 알아듣고 의견을 표출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너무 생략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유권자는 표 던지는 기계가 아니다.
-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합당논의가 진행중인데
▷ 조국사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사과를 했고 열린민주당은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아주 본질적이고 큰 차이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소할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결국 정략적이고 대선용 통합이 될 수밖에 없다. 의원총회가 열리면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 초선의원들이 주축이 된 당내 혁신위원회에서 동일지역구 4선금지를 비롯한 정치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 초선의원들부터 스스로 민심을 대변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에게 아무런 소리도 못하지 않았나. 초선의원들은 거칠게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시작해야지, 벌써부터 당내 실력자들에 눈길을 보내고 할 말을 못하면 이미 정치의 제1 기본덕목이 없는 것이다
- 대선에서 양당 후보 일가족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만 부각되고 있다
▷매우 마땅치 않은 현상이다. 대선판이 혼탁하고 추잡하고 지저분해졌다. 민주당은 정치발전과 맑은 정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세력이고 실증적으로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 네거티브를 자제해야 한다.
- 충청지역 다선의원으로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충청대망론을 평가하면?
▷ 지역언론이 만든 조어고 허구다. 윤 후보가 충청과 무슨 연관이 있나. 부친이 논산·공주에 조금 살았다는데 중요한 건 본인이 활동한 적도 없다는 점이다. 충청이 나은 적이 없는데 갑자기 충청의 아들이라고 한다. 충청도민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발언이다. 윤 후보도 정치경력이 짧으니 얕은 꾀만 잘못 배운 것 같다.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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