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폭력 시달린 中 작가…사회적 고정관념 논란
입력 2021-12-18 10:07  | 수정 2022-03-18 11:05
전문가 "시진핑의 공격적 외교와 '남성다움' 강조 맞물려 있어"

학창 시절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학교 폭력을 당했던 중국의 유명 사진작가인 저우 펑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저장성 저우산시에서 저우 펑(26)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의 유서는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왔습니다.

유서에 따르면, 저우 펑은 "학교에서 남자는 장난꾸러기에, 싸워야 하며 욕을 해야 한다"며 "너무 조용한, 예의 바른 남자는 여자 같다는 조롱을 당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나는 소녀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옷을 입었고, 소녀 흉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폭언에 시달렸으며 온갖 모욕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웨이보에서는 '#루다오센(펑의 예명)처럼 고통받는 다른 이를 구하자'란 해시태그가 3억4000만 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저우 펑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강하고, 남성에게 기대되는 사회적 이미지가 엄격한 편입니다. 이에 따라 '남자답지 않은' 아이들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BBC는 이 사건이 중국 정부가 나서서 '남성다움'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교육부는 '남자 청소년의 여성화 방지안'을 골자로 한 체육 교육 프로그램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스저푸(斯泽夫) 전국인민정치협상회 최고위원은 "젊은 남성들은 연약하고, 소심하며 열등감에 빠져 비겁해지고 있다"며 "남자 아이들이 여성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의 방송·통신을 감독하는 광파전시(廣播電視) 총국이 여성스러운 남성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관전총국은 "냥파오 같은 비정상적인 미학을 단호히 뿌리 뽑겠다"고 밝혔습니다. 냥파오는 경극에서 여자 역을 맡은 배우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남성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격적인 국가 외교가 '남성다움'의 강조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합니다. 중국은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전랑외교(戰狼外交)'를 펼치고 있습니다.

영국 노팅엄대 아시아연구소의 설리번 조나단 박사는 "세계와 맞서 싸우는 정책을 표방하는 중국 이미지에는 부드럽고 외모를 신경 쓰는 남성 정체성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시진핑의 요구는 중국에 더 강한 남성성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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