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CEO 올해 자사주 매도 4배급증
입력 2021-12-10 20:30  | 수정 2021-12-10 23:04
미국 주요 상장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창업주들이 회사 보유 지분을 대거 팔면서 최고경영진의 자사주 매도가 최근 5년 평균 대비 4배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내부자 주식 매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상 이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민주당이 추진하는 부유세 이슈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가 하방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간 유동성 장세에서 올랐던 주가가 고점을 맞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사이더스코어 자료를 인용해 미국 기업 CEO와 창업주 48명이 올해 자사주를 내다 팔아 평균 2억달러(약 2359억원) 이상을 현금화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내부자 평균 거래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48명 중에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아들 로널드 로더,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포함돼 있는데 WSJ는 이들이 경기 회복으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성장하면서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를 판 것이라고 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미국 대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상장 기업 내부자들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총 635억달러(약 74조9173억원)어치 자사주를 내다 팔았다. 이는 지난 한 해를 통틀어 집계한 금액보다 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CEO와 창업자 중 올해 가장 많이 자사주를 내다판 사람은 일론 머스크로 이달 초 기준 테슬라 주식 100억달러어치를 매도했다. 이어 2위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98억5000만달러), 3위는 월마트를 창업한 월턴가(61억8000만달러), 4위는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인 마크 저커버그(44억7000만달러) 순이다. 이들 4명이 내다 판 자사주 매도 금액은 전체 내부자 주식 매도액의 약 37%다.

내부자 매도세가 급증한 것을 두고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따른다. 대니얼 테일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회계학과 교수는 "내부자들은 전통적으로 저점에 사서 고점에 매도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투자자들은 내부자 매도에도 불구하고 회사 주가가 오르고, 기업은 자사주 매입에 나선 점에 주목한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사티아 나델라 CEO가 자신이 보유 중이던 자사주 절반가량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지난달 29일 전해졌는데 이후 이달 9일까지 주가가 약 1%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분기 배당금을 11% 늘리고 600억달러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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