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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의 출사표 "IBK는 내 마지막 팀, 즐거운 도전 해보겠다" [MK인터뷰]
입력 2021-12-10 08:44 
지난 8일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사령탑에 선임된 김호철 감독. 사진=MK스포츠 DB
김호철(66) 감독이 창단 후 최악의 위기에 빠진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게 됐다.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김 감독의 목소리에서는 긴장보다는 설렘이 더 느껴졌다.
김 감독은 9일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IBK가 내 인생의 마지막 배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며 IBK가 다시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고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IBK는 지난 8일 구단 제4대 사령탑에 김호철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서남원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3주 만에 현장 책임자 공백이 메워졌다.
IBK는 올 시즌 개막 후 팬들은 물론 배구인들에게까지 지탄받았다. 개막 직후 7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한 가운데 주장 조송화, 김사니 코치의 무단이탈로 팀 분위기가 쑥대밭이 됐다. 서남원 감독의 석연치 않은 경질, 김사니 코치의 감독 대행 승격으로 논란은 더 커졌다. 김 대행은 결국 팬들과 배구인들의 분노가 들끓자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일 물러났다.
IBK 구단은 고심 끝에 김 감독에게 팀 재건을 맡겼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뒤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오는 18일 흥국생명전부터 선수들을 이끌 예정이다.
김 감독은 공교롭게도 2004년 귀국 후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에도 팀 상황이 좋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당시 라이벌 삼성화재에 밀려 만년 2인자 신세였다. 여기에 선수단 내 불화까지 겹쳐 창단 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팀을 점차 재정비해 V-리그 원년 정규리그 우승, 2005-2006, 2006-2007 통합 우승의 역사를 썼다.
2012-2013 시즌에는 모기업 없이 운영되던 러시앤캐시 드림식스(현 우리카드)를 정규시즌 4위에 올려놨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산됐지만 얇은 선수층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30경기 16승 14패로 선전하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김 감독은 왜 내 경력에서 그렇게 힘들었던 부분만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웃은 뒤 현대캐피탈은 내가 현역 때 뛰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팀을 만들어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경험이 전무한 여자부 팀을 맡아서 걱정도 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독이 든 성배를 잡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딸을 비롯한 지인들이 남자배구에서도 좋은 지도력을 보여줬던 만큼 여자배구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줬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결국은 부딪쳐 봐야 한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남녀부를 통틀어 사령탑 중 최연장자인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을 비롯한 타 구단 감독들도 김 감독의 V-리그 복귀를 반겼다. 김 감독은 고맙게도 여자부 감독들이 모두 연락을 줘서 축하 인사와 함께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말을 해줬다”며 남자팀과 다른 점들이 있으니까 천천히 차근차근 잘 적응하라는 덕담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사령탑에 선임된 김호철 감독. 사진=MK스포츠 DB
김 감독은 또 여자팀은 내가 감독들 중 가장 초보다. 무서울 것 없이 도전해 보려고 한다”며 부담은 없다. 아주 편하게 도전을 즐기는 입장에서 선수들과 좋은 배구를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선수들과 만나기 전이지만 뚜렷한 지도 철학도 밝혔다. 선수들이 자신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세계 배구 트렌드를 IBK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하우를 쏟아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자기 몫을 해주고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개인별로 면담을 통해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전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여자배구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파워와 스피드를 향상 시킬 필요가 있다”며 너무 고운 배구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좀 더 힘있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도록 선수들과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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