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M]줄줄이 문 닫는 은행 지점에 거리로 나선 노인들
입력 2021-12-09 19:31  | 수정 2021-12-10 21:00
【 앵커멘트 】
요즘엔 휴대전화 하나로 계좌 열고 송금에 입출금은 물론 대출까지 가능한 세상이라 은행 지점 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당장, 은행들도 지점을 어떻게든 줄이겠다는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비대면 문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노년층인데요.
은행 지점을 없애지 말라며 거리로 나섰다고 합니다.
최은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은행 앞에 삼삼오오 모인 노인들.

해당 지점이 두 달 뒤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강추위도 무릅쓰고 피켓을 들었습니다.


(현장음)"은행 폐점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인근 다른 은행 지점이 이달 말 문을 닫는 데 이어 이곳까지 영업 중단을 선언하자 절박함이 작용했습니다.

▶ 스탠딩 : 최은미 / 기자
- "500m가량 떨어진 인근의 다른 은행입니다. 이 은행 역시 이번 달 24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 인터뷰 : 권성회 / 서울 월계동
- "(이 은행까지 없어지면)당장 2km를 걸어가야 한다고요. 지팡이를 짚고 노인들은, 큰 문제잖아요. (집에서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은행거래 같은 것은?) 못 하죠. "

적지 않은 노인들이 간단한 입출금부터 공과금 납부까지 모두 은행을 직접 찾아 해결하고 있지만, 시중은행 영업점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 영업점은 2015년 7,281개에서 올해 6,183개로 1천100여 개가량 줄었습니다.

이번 달에만 59개, 내년 1월에도 72개 지점이 영업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은행들은 키오스크 같은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라고 권하지만, 노년층은 간단한 거래도 직원 도움 없이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직접 80대 남성과 은행 자동화기기를 사용해봤습니다.

카드를 넣고, 원하는 메뉴를 누르라는 안내가 나오지만,

(현장음) "원하시는 거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한참을 망설입니다.

▶ 인터뷰 : 윤석균 / 서울 월계동
- "출금하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가, (메뉴가) 10개가 있는데 여기서 어떤 것을 눌러야 하는 것인지, 80이 넘어서 하려니까 힘이 들어요. 그래서 여기 은행 청원경찰한테 해달라고 부탁한다고."

전문가들은 은행이 효율성과 공공성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김영도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여러 은행이 한 공간에서 함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지점을 운영하거나, 은행 대리점 제도의 도입 등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

사상 최대 수익을 내는 은행들이 지점 폐쇄만 고집하기보다 노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묘수를 내놔야 할 책임도 있어 보입니다.

포커스M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정지훈 VJ
영상편집 :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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