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뚱뚱하면 코로나19 더 취약"…바이러스, 지방조직에 숨는다
입력 2021-12-09 16:46  | 수정 2021-12-09 17:34
비만/사진=연합뉴스
지방조직, HIV·인플루엔자 병원균 저장하기도
"지방세포가 우리 신체의 '아킬레스건'"


비만·과체중인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현지시간으로 8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의 다국적 연구팀이 지난 10월 온라인상으로 발표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의 지방 세포를 감염시켜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비만 치료 환자에게서 지방조직을 체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하고, 감염된 지방조직의 다양한 세포들의 반응을 추적해 비만 조직 내 면역 세포들이 과도한 중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만 조직은 비만세포를 비롯해 '대식세포' 등 면역을 관장하는 세포도 포함돼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시 해당 세포가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비만 조직을 겨냥한 치료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단순히 비만·과체중인 사람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를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중증으로 넘어가는 환자에 대한 분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예일의과대학 비슈아 딥 딕시트 교수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면역 체계를 회피하려고 지방 세포로 숨는 것일 수 있다. 우리 인체로서는 지방세포가 '아킬레스건'인 셈"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탠퍼드대학 캐서린 블리시 교수/사진=스탠포드대학 블리시 연구실 웹사이트


스탠포드대학 캐서린 블리시 교수는 "이런 반응이 중증 진행에 크게 관여하는 것 같다"며 "이런 정도의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반응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 관측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 데이비드 카스 교수는 "정상 체중은 77㎏인데 실제 무게가 113㎏인 남자가 있다면, 상당량의 지방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방에 바이러스가 상주하면서 자기복제를 계속하고 파괴적인 면역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NYT는 이번 연구결과가 특히 미국의 상황과 깊게 연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대부분의 성인이 과체중을 겪고 있으며 42%는 비만입니다. 특히 흑인, 히스패닉, 원주민 등의 소수인종들이 높은 비만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이 실제로 백인들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코로나19 사망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지방 조직이 병원균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체지방의 경우 HIV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수의 병원균을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비교적 약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지방 조직에 숨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NYT는 이번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투여할 때 환자의 몸무게나 지방 보유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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