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녀 9명 키우며 43년 같이 산 전처 살해한 80대…징역 18년
입력 2021-12-04 16:21 
43년의 결혼생활 후 황혼 이혼한 아내를 금전적인 다툼 끝에 살해한 8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 모(83·남)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습니다.

최 씨는 지난 5월 31일 서울의 노상에서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자신의 전처 A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최 씨는 A씨와 결혼해 4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며 9명의 자녀를 뒀으나 회사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자 부도가 날 것을 우려해 2009년 A 씨와 이혼했습니다.


2012년 결국 부도가 나면서 최 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A 씨와 자녀들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여러 민사 소송을 내면서 차츰 멀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자녀들에게 증여했던 땅의 토지 수용금을 일부 달라고 요구했으나 모두 거부당했습니다.

최 씨는 A 씨에게 명의신탁 관련 소송을 내 작년 초 'A 씨가 최 씨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조정 결정을 받았지만, A 씨는 '과거 내가 최 씨에게 빌려줬던 2억 원 넘는 채권이 있어 상계하겠다'며 강제집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최 씨는 수차례 A 씨를 만나려 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고, A 씨의 주소를 알아내 흉기와 둔기를 들고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를 준비하고 있다가 주변 행인들이 싸움을 만류하려 하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범행했다"며 "피해자는 43년 동안 자녀 9명을 함께 키우던 피고인에게 공격받아 참혹한 고통 속에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녀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자녀 일부는 피고인을 엄벌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으나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서영수 기자 | engmat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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