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데 치유농업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립한경대학교가 지역 소방서 직원들을 상대로 이틀간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스트레스에 관련된 생리적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 소관의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시행되면서 농업계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치유농업은 한마디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국민 건강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면서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주로 '케어 파밍(care farming)'이라는 말로 불리며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에는 각각 1200개가 넘는 케어 팜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한경대는 농업 분야에 강점이 있는 데다 교내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쉼터인 '소부리방앗간' 개소를 기념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번 행사는 '안성 소방대원 심심한(心審閑) 치유농업 특별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22~23일 이틀간 진행됐다.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 중 하나가 바로 소방대원이기 때문이다. 조기홍 한경대 농업과학교육원 팀장은 "소방관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생률은 17~23%로 일반인들의 0.4~4.6%에 비해 최소 5배 이상 높다"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대학 내에 치유농업 최고농업경영자과정과 치유농업사 양성과정을 개설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일 한경대에 따르면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 전후 스트레스에 관련된 생리적 지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맥파계 분석을 진행한 결과 혈관건강, 스트레스, 총체적 에너지(TP), 교감활성(LF), 부교감활성(HF), 자율신경계 균형도(LF/HF) 등 6개 지표 모두에서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총체적 에너지가 개선됐다는 것은 자율신경계 활성도가 높아진 것을 의미하고, 교감활성 개선은 긴장이나 흥분상태가 가라앉은 것을 뜻한다. 부교감활성 개선은 분노나 근심, 공포감이 적어지고 휴식과 이완상태에 가까워진 것을 말한다. 이런 분석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12명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립한경대가 진행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마치고 안성시 소방대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경대]
이틀간 진행된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직접 몸으로 참여하는 행사에 대한 소방대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내 마음의 이미지를 찾아가는 '유화 그림 그리기'와 감성적인 음악을 활용한 작은 힐링 음악회인 '우리동네 파바로티',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한 '즉석 요리경연', 하바리움과 테라리움을 만들어보는 '원더풀 마이 라이프' 등이 만족도 평가에서 점수가 높았다.박 모 소방대원은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직접 손으로 농산물을 수확하고 예술작품을 만들어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며 "동료 소방관들에게도 추천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이런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성시 소방대원들이 국립한경대가 마련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중 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경대]
한경대 측은 이번 치유농업 프로그램 시행에서 드러난 성과와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다 개선된 프로그램을 기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한경대 총장은 "소방관에 이어 경찰관 등 스트레스가 높은 직종을 대상으로 치유농업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사회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정혁훈 농업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