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상돋보기] '간악한' '날강도'…북한의 '사이다식' 대일 외교 배경은?
입력 2021-12-01 19:31  | 수정 2021-12-01 20:38
【 앵커멘트 】
강제징용 배상판결로 악화된 한일 관계가 최근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더욱 더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사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북한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오늘<세상돋보기>에서는 북한의 대일외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교안보팀 강영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1 】
강 기자, 최근 일본 외교관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발견됐는데, 한국 뿐만 아니라 북한도 강하게 비난했죠.

【 답변1 】
북한 외무성은 '을미사변은 전대미문의 국권유린범죄'라고 강하게 비난했는데요.

"외교관까지 동원해 감행한 범죄"라며 "반드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일본의 조그만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지난 2017년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에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자 다음과 같이 논평했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지난 2017년 9월 14일)
- "미국의 제재 장단에 춤추며 가증스럽게 놀아대는 간악한 XXX들을 가만두어선 안 된다. 보잘것없는 일본의 4개 섬을 주체의 핵 탄투로 바닷속에 처넣어야 한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표현인데,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논평을 발표하곤 했습니다.


【 질문2 】
일부에서는 '사이다' 발언이라며 환호할 수 있겠지만, 외교 관례상 쓰기 어려운 표현인데 왜 이렇게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것일까요?


【 답변2 】
북한의 사이다식 외교의 배경을 알려면 북한 정권의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김일성은 1937년 보천보 전투를 이끄는 등 항일 빨치산으로 활동한 것을 기반으로 우상화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일성 정권의 뿌리 자체가 항일 빨치산에서 출발하고 있거든요. 반일은 북한 정권의 뿌리이자 정통성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고요."

북한의 통치 이념인 주체사상엔 미국에 대한 '반제국주의'만큼이나 일본에 대한 '반식민지주의' 정신이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내부 통치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탈북민에게도 물어봤는데 실제 어릴 때부터 일본을 미국이나 남한 못지 않은 적국으로 교육을 받고 김일성의 항일 운동 과정을 주입식으로 교육받는다고 합니다.


【 질문3 】
북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꾀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같은 경험도 반영이 됐을 것 같은데요?

【 답변3 】
지난 2002년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가진 북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납치된 메구미에 대해서는 사망했다며 유골을 보냈는데, DNA 감정 결과 동물뼈까지 섞인 가짜 유골로 밝혀지며 북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얼마전 취임한 기시다 일본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반면, 북한은 2002년 정상회담으로 모두 정리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질문4 】
그렇다면 북한의 대일 강경메시지는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 답변4 】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일 메시지는 앞으로도 계속 강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내부통치도 한 이유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막대한 전쟁배상금입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총 5억 달러의 독립축하금을 받은 바 있는데요.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가 좋아져 대북제재가 풀리고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설 때 종잣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최소 40억 달러에서 최대 200억 달러까지의 배상금을 지불 해야 하거든요. 북한의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정도의 큰 액수기 때문에…."

다시말해 김정은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본을 배제한 채 대일 메시지의 수위는 계속 높아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 앵커멘트 】
한일 관계만큼이나 북일 관계의 셈법도 복잡한 거 같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강영호 기자 nathaniel@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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