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인사건 놓고 '데이트폭력' 두루뭉술 표현…이재명 발언 논란 일파만파
입력 2021-11-26 15:05  | 수정 2021-11-26 15:4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론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을 사고 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사진=연합뉴스
전여친에 엄마까지…37차례나 찔러 살해
'심신미약' 내세우며 변론 펼쳤던 이재명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자신의 조카가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까지 흉기로 살해한 사실을 언급하며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친척인 자신이 변론을 맡았다고 해명했으나, 재판 당시 '심신미약'을 내세워 조카를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가 말한 ‘데이트 폭력은 지난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암사동 모녀 살인 사건입니다.

데이트폭력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후보의 조카인 김모씨는 암사동에 위치한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옛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번, 18번씩 찔러 살해했습니다. 당시 함께 있던 옛 여자친구의 부친도 범행을 피하려 5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온 몸에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에도 그 내용의 잔혹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습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를 변호한 사람은 그의 삼촌, 이재명 후보였습니다. 이 후보는 당시 1심과 2심에서 조카를 변호하며 "충동 조절 능력 저하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감형을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는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습니다.

해당 사건의 부친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라며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그는 사건 당시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이 후보 일가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후보가 '심신미약'을 내세워 여성 살해 사건을 변호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데이트폭력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후보의 과거 행적을 비판해온 이민석 변호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7년 8월,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의 말에 흉기와 농약을 가지고 여자친구의 집에 쳐들어간 사람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변호사가 언급한 사건은 2007년 가해자 이모 씨가 여자친구 B씨에게 이별 통보를 받자 그의 집에 들어가 B씨의 딸들 앞에서 B씨를 살해한 사건입니다. 이 씨는 B씨와 두 딸을 집에 가두고 농약을 그릇에 부은 뒤 B씨에게 마시라고 강요했습니다. 이어 B씨가 마시지 않자 준비해간 흉기로 딸들이 보는 앞에서 B씨의 복부를 찔러 살해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 사건의 가해자 이모 씨에 대해서도 변호를 맡아 심신미약·심신상실을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이모 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내년 8월이면 형기가 만료됩니다.

데이트폭력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이 후보가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건의 심각성이 과소평가될 수 있으며,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특정한 관계가 형성됐던 것으로 오해할 소지를 준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런 이 후보의 행보에 네티즌들은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이르는 것을 부적절하다" "피해 가족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니 유감" "참 뻔뻔하네" "여성 유권자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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