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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새 주가 22% 쑥"…배터리 전쟁 조짐에 뭉칫돈 몰려간 곳은
입력 2021-11-25 17:34  | 수정 2021-11-25 22:06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반도체 주권에 이어 '배터리(2차전지) 주권'을 강조하면서 배터리 원료인 리튬 관련 기업들이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때 '배터리 삼국지'를 연상시키던 한국·일본·중국의 대표 배터리 업체들이 반도체와 유사하게 배터리 공급망 다각화 압박 속 경쟁 격화에 직면한 반면 리튬 관련 업체들은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어 주가도 덩달아 치솟는 분위기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리튬 탐사·염수 처리 업체 스탠더드리튬 주가가 하루 만에 22.18% 뛰어 1주당 10.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급등한 것은 미국 대기업 코크 인더스트리스 측이 스탠더드리튬에 대규모 투자 지원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이날 스탠더드리튬은 "코크 측 자회사인 코크 스트래직 플랫폼이 1주당 7.42달러짜리 스탠더드리튬 신규 주식 1348만주를 전부 인수하는 식으로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기존 주식 보유자에게는 주가 하방 압력으로 풀이되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선 코크 측 투자 결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코크 인더스트리스는 석유·화학 분야를 주축으로 섬유·금융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미국 대기업이다. 상장기업이 아니다 보니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곡물 재벌' 카길과 더불어 미국 내 비상장기업 1~2위를 다투며, 최근 배터리 관련 분야 성장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전기차 테슬라와 기가팩토리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손잡은 바 있고, 최근에는 배터리 재활용 기업 리사이클 홀딩스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스탠더드리튬은 기업 주가 하락에 베팅한 '행동주의 투자업체' 블루 오르카에서 공매도 공세를 받은 탓에 지난 18일 주가가 급락했지만 코크 측이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다시 뛰었다.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올해 1월 4일 이후 스탠더드리튬 주가는 366.23% 올랐고 공매도 영향을 받은 최근 한 달간은 -6.84%로 뒷걸음질쳤다. 다만 다른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최근 5거래일간 14.53%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블루 오르카는 "스탠더드리튬이 과시하는 LiSTR 기술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현실에선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공매도를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코크 측이 LiSTR 기술에 대해 광범위한 실제조사(실사)를 마친 뒤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앞다퉈 스탠더드리튬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스탠더드리튬에 따르면 LiSTR 기술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염수에서 직접 리튬 성분을 추출하는 것으로 특허 출원 중이다.
1998년 설립된 스탠더드리튬은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리튬 자원 개발·정제 기술 업체다. 특히 염수에서 리튬 성분을 추출하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아칸소주 스맥오버 염수 지역에서 15만에이커 규모로 '랑세스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케이티 라샤펠 캐너코드증권 연구원은 "초기 예비사업 평가 결과 스탠더드리튬의 리튬 프로젝트 사업이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면서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을 '보류'에서 '강력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11.07달러로 제시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올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앞다퉈 배터리 자급자족을 강조한 상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취임하자마자 4개 핵심 품목(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에 대한 미국 중심 세계 공급망 재편을 강조해 실행에 나섰고, EU에서도 독일과 프랑스 등이 2025년까지 연간 전기차 70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정책안을 냈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 30여 곳이 '배터리공급망협의회(BASC)'를 결성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고, 중국에서는 CATL이 각국 견제에 대응해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배터리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리튬 수요가 늘고 시장이 팽창하자 뉴욕증시에서는 리튬 업체 상장이 눈에 띈다. 올해 8월 리튬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데 이어 또 다른 리튬 관련 업체가 상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감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독일 록테크리튬은 내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록테크리튬은 '페이팔 마피아'로 유명한 피터 틸이 투자한 업체로 주로 미국과 독일 기업을 상대로 하며, 이 중에서도 테슬라를 비롯해 대형 화학업체 BASF 등에 리튬을 납품하기로 한 상태다.
해당 기업은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돼 있는데 올해 1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372%를 넘나든다. 페이팔 마피아는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던 일론 머스크 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맥스 레브친 어펌 CEO, 피터 틸 팰런티어 공동창업자 등을 통틀어 부르는 애칭이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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