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원, 80원, 999원 소중해" 잔돈재테크부터 시작해볼까

"티끌이 모아봤자 티끌이지, 그걸로 언제 부자 되겠냐?"
올해 취업한 2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잔돈 재테크'에 열심이다. 적게는 30원부터 많아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요즘 뜨는 펀드와 미국 주식, 강남 빌딩에 소액투자한다. 이 씨는 "카카오페이 알 모으기로 시작했는데 한푼두푼 모이는 재미가 있더라. 처음에는 푼돈에 목숨건다면서 비웃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를 오래 하면서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그는 '푼돈을 소중히 여겨야 큰돈을 만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씨는 "어렵게 취업한 만큼 커리어와 재테크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면서 "제대로 투자하고 싶어도 지금은 돈이 없지 않나. 잔돈 재테크는 '모으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경험해보기 좋다"고 추천했다.

◆왕초보 재테크족…카카오페이 알 모으기, 모아카드

신생 테크핀 회사들은 물론 기존 금융사들도 이 씨 같은 현명한 '잔돈 재테크족'을 위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페이 알 모으기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 결제후 캐시백되는 10원, 20원짜리 포인트와 남은 동전모으기 등을 설정해놓으면 카카오페이증권의 펀드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ETF를 분할 매수할 수 있는 상품,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등이 인기다. 매달 모이는 짤짤이 잔돈 외에 추가로 적립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한 달을 꼬박 모아도 1000원을 넘기기 못할 만큼 소액이지만, 손쉽게 적립식 펀드 투자의 정석을 배울 수 있어 왕초보들이 투자 입문용으로 많이 선택한다.
하나은행 스마트폰뱅킹 앱 하나원큐의 '펀샵(Fund Shop)'에서도 잔돈투자를 할 수 있다. 체크카드를 쓰고 남은 잔돈, 내 통장에 노는 잔돈, 미션을 완수한 뒤 쌓는 잔돈 등으로 소액투자를 지원한다. 체리피킹족들에게는 신한 더모아카드가 인기다. 5000원 이상 모든 결제 건에 사용금액의 백원단위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예를 들어 5999원을 결제하면 999원을 적립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적립한 포인트는 신한은행 달러예금이나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에 자동으로 적립할 수 있다. 투자를 설정하지 않으면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할 수도 있다.

◆1000원~5000원으로 다양한 투자상품 경험해보자

1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면서 잔돈 재테크 영역도 넓어졌다. 40대 주부 신 모씨는 초등 2학년 아들과 '미니스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1000원부터 미국 주식과 ETF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그는 "아들이 주식투자 예능을 보더니 본인도 하고싶다고 해서 앱을 깔고 계좌를 만들었다. 용돈이 생길 때마다 1000원씩 원하는 주식을 구매하는데, 종목도 아들이 직접 공부하고 선정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로블록스, 디즈니, 나이키, 넷플릭스를 사더니 최근에는 스타벅스와 메타(페이스북)에 투자하자고 하더라. 경제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꾸준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니스탁 외에도 테사나 카사, 뮤직카우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소액 재테크를 지원한다. 테사는 1000원부터 미술품 소유권을 살 수 있는 앱이다. 이 회사가 19일 공모한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 작품은 순식간에 매진될 만큼 인기다. 카사 앱에서는 5000원부터 역삼동 빌딩 지분을 살 수 있고, 뮤직카우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저작권을 역시 소액으로 사고팔 수 있다. 핀트나 파인트 같은 앱은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자산을 사고팔면서(리밸런싱) 수익을 추구한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어도 10~20만원부터 리밸런싱 투자를 경험해볼 수 있다.

◆다 잃을 각오로 공격투자…짤짤이로 코인 투자해볼까

변동성이 극심한 코인투자 입문을 잔돈투자로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20대 회사원 노 모씨는 몇 달새 '위믹스'라는 코인으로 200% 수익을 올렸다. 그는 "게임사 위메이드 주식을 살 돈은 없어서 위믹스 코인을 사봤다. 700원대부터 투자했는데 2만원에 팔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없어도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소액을 코인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했다.
택시 탈 돈, 충동구매할 돈을 아낄 때마다 코인을 산다는 30대 회사원 이 모씨는 "요즘 '노 머니 데이'를 실천중이다. 회사 가는 경비(버스나 지하철비), 구내식당 점심비용을 제외하고 돈을 안쓰는 날을 만드는 건데, 성공할 때마다 1만원씩 떼어서 코인을 사고 있다"고 했다. 그가 열심히 모으는 코인은 다날이 발행한 페이코인이다. 이 씨는 "실생활에서 직접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400원대부터 조금씩 꾸준히 모으고 있는데 최근 가격이 2200원을 넘었다. 앞으로도 팔지 않고 계속 모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잔돈 재테크는 충동구매 억제와 절약습관을 생활화하기에 좋다. 이 씨는 "잔돈 재테크를 시작하고 몇 백원도 소중히 여기게 됐다. 예를 들면 가까운 거리니까 그냥 택시를 탈까 싶다가도, 지하철 타고 3500원 아끼면 그 돈으로 코인을 몇 개 살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자제하게 된다"고 했다.
[신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