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놀이터 도둑' 입주자대표, 해임 추진에 "아파트 홍보돼서 좋다"
입력 2021-11-13 14:25  | 수정 2022-02-11 15:05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입주민대표로부터 신고 당했다는 내용의 국민 청원, 인천 영종동의 아파트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MBC 뉴스 캡처
입주자대표 "사과 안 해, 잘못 안 했다"
사퇴 현수막 준비에는 "홍보돼서 좋다"

한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기물파손'으로 신고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대표 해임을 추진하자 대표가 "아파트 홍보돼서 좋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13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 모 아파트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제(11일) 오후 7시쯤 관리사무소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입주민대표 A 씨 해임을 위한 절차와 관련 현수막 제작 등을 논의했습니다.

A 씨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 5명을 기물 파손으로 경찰에 신고한 뒤 관리실로 데려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적은 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당시 아이들은 놀이터 내 기구를 파손한 정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에는 "커서 아주 나쁜 도둑놈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너무 무섭고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A 씨는 아이들을 경찰에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입주자 대표 회의를 소집해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규칙을 만들려다 입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됐으나 A 씨는 지난 9일 MBC를 통해 "놀이터는 우리 아파트 사람의 고유 공간이기 때문에 (놀이터에 와서 놀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사과할 생각이 없다", "허위 사실을 인정하라는 건가" 등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내년 5월 임기인 A 씨가 스스로 자리에 물러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주민들은 조기 해임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A 씨는 이에 대해서도 "(사퇴 요구) 플래카드 100개를 달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 아파트 홍보만 되는데 얼마나 좋냐"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A 씨로부터 신고당한 아이들의 부모들은 A 씨의 행동을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며 그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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