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상돋보기] "지폐요? 금 싸는 포장지 정도"…남미 뒤덮은 살인적 인플레
입력 2021-11-11 19:20  | 수정 2021-11-12 20:45
【 앵커멘트 】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겪는 현상, 바로 물가 상승이죠.
팬데믹 전부터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온 남미 국가들은 상황이 특히 심각합니다.
지폐 대신 금으로 물건을 사는, 100년 전에나 있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상 돋보기, 박유영 기자입니다.


【 기자 】
베네수엘라 남부 도시의 한 식료품 가게.

점원이 계산대 위에 놓인 저울을 작동시키고 가격을 말하자 손님이 지폐를 건넵니다.

그런데 지폐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지폐를 펼쳐 안에 든 금조각을 꺼냅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추락한 법정 화폐 대신 금이나 달러 등이 지급 수단이 된 겁니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추정한 베네수엘라의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무려 2,700%입니다.

콜라 한 병에도 지폐가 뭉텅이로 필요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100만 볼리바르를 1볼리바르로 바꾸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지만,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 인터뷰 : 라리 / 베네수엘라 주민
- "똑같아요. (지폐에서) 0을 6개 없애든 10개, 20개를 없애든 (물가는) 같을 겁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친 브라질도 고공 행진하는 물가와 실업률 상승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산타나 / 브라질 주민
- "치킨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어요. 전에는 10헤알이면 많이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3~4조각밖에 안 되죠.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어요. 음식 살 돈이 없으니까요."

1년 새 30% 넘게 폭등한 전기·가스비와 25%나 뛴 육류 값은 2천만 명에 달하는 서민을 생활고로 밀어 넣었습니다.

10년 전 냉장고를 살 돈으로 지금은 티셔츠 한 장을 겨우 손에 쥔다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강제로 생필품 가격을 묶어놨지만, 50%를 넘나드는 초인플레이션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발목을 잡는 화약고와 같습니다.

▶ 인터뷰 : 마르퀴나 / 아르헨티나 주민
- "저는 정부가 가격을 계속 동결하거나 물가를 규제할 거라고 믿지 않아요. 거짓말이죠.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어요."

최근 아르헨티나에선 동으로 만든 묘비 수백 개와 동상이 사라지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극심한 경제난에 동판을 훔쳐 내다 팔려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겁니다.

남미를 대혼돈으로 몰아넣은 인플레이션, 세계 경제 회복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상 돋보기였습니다.

[영상편집: 김경준, 그래픽: 최진평]

영상출처: 유튜브(Jose Martinez) 트위터(@CarlosSimancas, @michalxmrax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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