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운 급식은 명백한 인권침해"…교육부 상대 인권위 진정
입력 2021-11-09 21:45  | 수정 2021-11-09 22:14
제보자들이 제공한 실제 급식 사진 (보리밥, 햄모듬찌개, 칠리소스대구살강정, 삼색나물, 오이소박이, 멜론) / 사진 = 정치하는 엄마들 제공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매운 맛 강요는 폭력적"

매운 급식이 아동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매운 급식'을 '폭력적인 행위'로 규정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에 따르면 초등학생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식단으로 급식을 제공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안에 위치한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5~7세 아동도 같은 식사를 하게 되는데 유치원생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또한 학교 급식이 매워 먹지 못하거나 배앓이를 겪는다는 것이 해당 시민단체의 주요 주장입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매운 급식을 강요하는 행위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특히 유아는 성인보다 미뢰가 예민해서 같은 정도의 매운맛이라도 강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유아기에 매운맛·짠맛·단맛 등 자극적인 맛에 길들이면 미각의 민감도가 저하되어 탄수화물 식품이나 당류, 음료 섭취가 늘고 소아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경우 유아에게 적합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립유치원과 달리 병설유치원은 '매운 급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입니다. 학부모들이 매운 급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참고 먹다 보면 금방 적응한다", "매운 음식은 한국의 식문화다"라는 엉뚱한 답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른바 '매운 급식'이라고 제보 받은 사진 / 사진 = 정치하는 엄마들 제공


인권위 진정에 참여한 학부모 A씨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아이는 안 매운 반찬과 맨밥만 먹고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오전·오후 간식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는 허기를 참아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이 성장기에 맞는 급식을 먹을 때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은 맵고 질긴 음식을 식판에 받아서 먹지도 못하고, 간단한 후식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교육부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동안,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아동들이 반쪽 짜리 급식에 배고픔을 견디거나, 매운 음식을 참고 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급식 전문가에 따르면 동일한 식단이라도 안 매운 고춧가루를 쓴다거나 붉은 파프리카 가루로 대체해서 매운 급식과 안 매운 급식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며 "일부 아동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제공하고, 배고픔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것도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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