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고 낸 아기엄마 끌어안아준 상대 차주 "딸 생각나 그랬다"
입력 2021-11-09 15:02  | 수정 2021-11-09 15:35
사고 낸 아기엄마 안아주는 홍 씨/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고라는 생각보다 딸 생각 먼저 났다"
지난 6일, 아기엄마가 온라인커뮤니티에 감사글 올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꼭 안고 위로해줘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준 피해 차량 운전자 홍영숙 씨가 "딸 생각이 나서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어제(8일) 홍 씨는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홍 씨는 "다친 데 없이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홍 씨는 "운전을 하고 가는데 쿵 소리가 났다. 차에서 내렸더니 젊은 엄마가 부들부들 떨면서 울먹이며 서있더라"라며 "(젊은 엄마가) 아기가 고열이 나서 응급실 가는 중에 사고가 났다고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순간 사고보다는 아기 엄마를 빨리 진정시켜서 응급실로 보내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꼭 껴안고 다독이면서 저는 괜찮으니 아기부터 빨리 응급실로 데리고 가라고, 엄마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진행자의 '아침 출근길에 뒤에서 차를 들이받으면 화가 나는게 인지상정인데 어떻게 그렇게 가해 차량 운전자를 끌어안아 주시고 다독여주실 수 있었냐'는 질문에 "순간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니까 제 딸 같더라"고 답했습니다.

홍 씨는 "저희 딸이 매일 아침 운전을 하는데 얘가 항상 장거리 운전을 한다"며 "순간 사고라는 생각보다 딸 생각이 먼저 났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가해 차량 운전자와 홍 씨의 딸은 1994년생으로 같은 나이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진행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감사 인사말을 봤냐'는 질문에 "봤다"고 답하면서 "저는 한 게 없는데 자꾸 그렇게 하시니까 제가 더 부답스럽고 죄송하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홍 씨는 "제가 퇴근 후에 아기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안 받더라. 그래서 아기가 어떻냐고, 걱정돼서 연락했다고 문자를 남겼더니 아기 엄마한테 '아기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전화가 왔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낸 아기엄마 안아주는 홍 씨/사진=온라인커뮤니티


그리고 네티즌들이 '차주 분 복 많이 받으세요', '너무 뭉클하고 눈물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오히려 담담하다고 밝혔습니다.

홍 씨는 "항상 늘 사고가 나면 서로가 찡그리는 얼굴하는 그 모습이 싫었다"며 "저는 순간 그 여자 분을 볼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또 '아기 엄마에게 한 말씀 남겨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아기 엄마 그 날 많이 놀랐죠? 앞으로 항상 안전운전하고 아기 건강하게 잘 키우고 가족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홍 씨의 감동적인 일화가 전해진 것은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상대 차주 분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로부터였습니다.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의 남편으로 보이는 글쓴이는 둘째 아이가 고열이 심해 아내가 혼자 응급실로 데려가는 중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글쓴이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사고를 낸 아기 엄마가 차에서 내려 상황을 설명하자 상대 차주(홍 씨)가 아기 엄마의 얼굴을 감싸 안아주며 어깨를 다독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글쓴이는 "상대방 차주분께서도 출근길이라 바쁘셨을텐데 당황한 아내부터 챙겨주시고 본인은 괜찮으시다고 아이 데리고 빨리 병원 먼저 가라고 했다"며 "차주분께 전화를 드렸는데 그 순간에도 아기랑 엄마는 괜찮냐고 먼저 말씀해주셨다"는 사연을 전해 네티즌들에게 울림을 전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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