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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빠져든다, ‘지옥’[한현정의 직구리뷰]
입력 2021-11-09 07:52 
제가 지옥에 가게 돼서요, 고지를 받았거든요.”
기발하다. 대중적이지만 개성이 확실하고 세련됐다. 흥미로운 소재·철학적 메시지·배우들의 열연과 볼거리까지 4박자를 모두 갖췄다. 연상호 감독표 디스토피아의 정점, 넷플릭스 신작 '지옥'이다.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자,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규석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등이 출연했다
초자연적인 재앙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인간들의 절망과 광기를 흥미롭게 그려내는 한편, '지옥'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루 아침에 공포 그 자체가 돼버린 세상을, 그 안에서 변모해가는 군중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허점 투성이인 법의 체계, 이를 부수고 잔혹하게 펼쳐지는 신의 심판. 감독은 이를 통해 과연 신의 진정한 뜻은 무엇일지, '모든 것이 해체된 이후, 인간은 더 정의로워질 수 있을지를 묻는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전개는 빠르고, 배우들의 연기는 하나 같이 깊다. 서사도 촘촘하다. 여기에 CG로 구현한 '사자'가 적재적소에 등장해 웹툰의 매력을 가미시킨다. 다만 그 조화로움에 대한 평가나, 작품을 감싸는 어두운 색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아인의 연기는 이번에도 '역시나'다. 강한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건 '정진수'로 분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미스터리한 분위기, 섬세한 표현력과 섬뜩한 어조로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깊은 내공과 변주가 적절하게 버무러져 신선하고도 독보적이다.
양익준의 묵직한 연기와 김현주, 김신록, 이레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주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박정민, 원진아, 김도윤 등이 주도할 후반부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흡입력 있는 시작, 그 뒷심은 과연 어떨지 오는 19일 확인할 수 있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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