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한국만 왜 요소수 난리?
입력 2021-11-08 20:11  | 수정 2021-11-08 20:46
'저렇게 던져놔도 내년에 토마토가 열리더라. 신기해'

이렇게 노지에서 잘 자라는 토마토라 해도 질소, 인산 같은 필수 영양소 하나가 부족하면 다른 게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자랄 수 없습니다.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의 '필수 영양소 중 성장을 좌우하는 건 넘치는 영양소가 아닌 가장 부족한 영양소'라는 '최소율의 법칙' 때문이지요.

'부족한 2% 법칙'은 세상사에도 잘 들어맞습니다. 한 과목만 실수해도 고시에 떨어지는 과락도 그렇고, 회의 시작은 맨 나중에 도착하는 한 사람에 의해 정해지는 것, 또 가장 약한 고리가 쇠사슬 전체의 힘을 좌우하는 것 등이 그렇죠.

요소수 사태도 그렇습니다. 작은 부분인데 국내 운송업계와 소방차, 구급차까지 멈추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경유차 비중이 높은 유럽이나 이웃 일본 등은 느긋합니다.

왜 유독 한국만 이렇게 난리가 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들은 요소수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데, 우리는 채산성이 낮다며 2011년부터 국내 생산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 호주 간 무역 갈등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다, 중국이 지난달 15일 석탄 부족을 이유로 요소수 수출 제한조치를 취하고 난 뒤 또 일주일 뒤에야 중국과 접촉에 나설 정도로 뒤늦게 허둥지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산업용을 자동차용으로 전용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려면 공정을 모두 바꿔야 하니 시간도, 돈도 많이 듭니다. 현장에서 시큰둥한 이유지요.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해외 물량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요소수만의 문제일까요. 무역협회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인 수산화리튬처럼 특정 국가에 80% 넘게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자그마치 3,941개나 됩니다.

우주발사체 기술이 있다 해도 자그마한 부속 하나가 없어 쏘아 올리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정부는 우리가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전략물자가 뭔지, 그리고 그 공급이 막혔을 때 대체 물자는 어떻게 구할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런게 청와대와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한국만 왜 요소수 난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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