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인 친구 없어요"…다문화 학생 70% 넘는 학교 속출
입력 2021-11-08 19:20  | 수정 2021-11-08 20:33
【 앵커멘트 】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고 있는 가운데, 그 빈자리를 다문화 학생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학교는 10명 중 7명이 다문화 학생일 정도인데, 이들은 여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돋보기에서 심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선생님 곁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카드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더듬더듬 우리말을 주고받습니다.

-"저는 산책을 했어요."
-"언제 했어요?"
-"어제 했어요."

올해 5월 부모님을 따라 러시아에서 입국한 15살 성주.

이름부터 생김새에 국적까지 이제는 한국인과 다를 바가 없지만, 평범한 학교 생활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 인터뷰 : 나성주 / 러시아 중도입국 다문화 학생
- "버스를 잘 못 탔어요. 교통카드 불편…잘 몰라요. 그리고 말 어려워요. 힘들어요."

한국에 온 지 3년이 된 14살 크리스도 적응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크리스 / 미국 중도입국 다문화 학생
- "한국인 친구는 없어요. 한국어 못 알아듣기 때문이에요. (학교 끝나고) 엄마 집에 가요. 집에서 엄마 영어책 읽어요."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올해 국내 다문화 학생 수는 9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며 16만여 명까지 치솟았는데, 경기도의 경우 70% 이상이 다문화 학생으로 구성된 학교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중 9천여 명은 본국에 살다 중도에 한국으로 넘어온 학생들.

청소년기에 한국어를 처음 접하다 보니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인데, 학습 부진으로 이어지기 일쑵니다.

▶ 인터뷰 : 조윤주 / 다문화대안학교 교사
- "여러나라 친구들이 있으니까 다 영어로만 할 수도 없고 중국어로만 할 수도 없고, 한국어로 수업을 하다보면 한국어가 어느 정도 되어야지만 알아듣긴 하거든요 수업을…."

대안학교에서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끼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간도 최대 2년뿐이라, 이 기간이 끝나면 일반 학생들과 어울리는 학교로 돌아가야 합니다.

▶ 인터뷰(☎) : 박옥선 / 다문화이민자지원센터 대표
- "정체성 혼란의 문제도 심각하고 아이들이 공부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면서…그렇다고 공부 안 하는데 직장 갈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지금 현실은.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죠."

생김새와 말투가 달라도 이들은 모두 한국인입니다.

▶ 인터뷰 : 박샛별 / 몽골 다문화 학생
- "몽골 혼혈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요."

다문화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기 위한 보다 세심한 학령기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세상돋보기였습니다. [gohyun@mbn.co.kr]

[영상취재 : 김영진 기자·김현우 기자·이형준 VJ, 영상편집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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